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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큰바리메~노로오름

by 고니62 2016. 10. 3.

큰바리메~노로오름(2016.10.2.일)


애월읍 어음리에 위치한 큰바리메는

표고 763.4m, 비고 213m로 원형의 산정분화구이다.

산 정상 분화구(굼부리) 모양이

바리때(절에서 쓰는 승려의 공양그릇)와 비슷하다 하여

'바리 + 메(山)'라고 불러왔다.

 

 걸어서 2분 거리에 위치한 작은바리메에 견주어

큰바리메 혹은 발이오름, 鉢(발: 바리)山이라 한다.



정글 숲을 지나면 사방이 탁 트인 굼부리가 보이고 또 다시 밀림 속으로...

오름을 내려올때쯤 만나게 되는 늘푸른 소나무군락까지

다양한 모습의 큰바리메의 매력속으로 들어간다.

정상까지는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진범]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

가을비가 내려 바닥은 미끄럽고 경사가 심해서 모두들 깔딱거린다.

헉헉! 소리가 나올때쯤 어두운 숲길을 밝히는 예쁜 요정이 내 눈에 들어왔다.

올해 처음 만나는 진범이다.

산으로 가는 오리궁뎅이 뒤태가 아름답다.



정글로 들어가는 출입문일까?

허락을 받아야 들여보내줄 것 같은 거대한 나무가 오름의 주인행세를 한다.



두 갈래길이 나오면 늘 헷갈린다.

이쪽, 저쪽...

굼부리와 등성마루를 따라 한 바퀴 돌고 나오면 결국 만나는 지점이다.





정글 숲을 빠져나오니 탁 트인 사방이 나온다.

파란 가을하늘 사이로 은빛억새의 작은 출렁거림은

잠시 쉬어가라고 한다.



노꼬메을 중심으로 어도오름~과오름~고내봉~수산봉까지

 이어지는 오름군 너머로 시원하게 펄쳐지는 바다는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한라산 부악(백록담)은 잠시 구름에 숨어 버렸지만 

펼쳐지는 대지의 광활함은 보는 이들에게 탄성을 지르게 한다.



[바리모양의 원형 굼부리]


수직에 가까운 굼부리 안에는

울창한 자연림이 자라고 비가 많이 내리면 바닥에 물이 고인다고 한다.



남쪽 봉우리 정상에 서면

다래오름~폭낭오름~괴오름~북돌아진오름으로 이어지는 오름군들~

멀리 산방산까지 서부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로 여행을 떠나는 붉은 억새의 기운은

출렁이는 은빛억새의 황홀함으로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가을하늘까지 가득 담는다.


굼부리와 등성마루를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에는

가을꽃들이 자기 이름을 불러달라고 얼굴을 내민다.


[미역취]


[고추나물]


[개승마]


[섬쥐손이?]


[산부추]


[바늘엉겅퀴]


[한라돌쩌귀]


[추분취]





바닥에는 익을대로 익은 산딸나무 열매가 흐드러지게 떨어져있다.

새들의 도시락을 훔쳐먹는 달콤하고 짜릿한 순간을 맛본다.

꼭대기에 달린 열매는 두고 갈께~


[초피나무]


[때죽나무]


[사위질빵]


[댕댕이덩굴]





오름을 내려오니 족은바리메가 부른다.


노로오름 정상을 15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는 솔깃함에

'도로없음' 이 적혀진 곳까지 차로 이동하기로 하고

울퉁붕퉁 흙길을 따라 간 곳은 천아숲길(한라산둘레길)로 이어진다.





군데군데 물들어가는 단풍

일찍 떨어진 바스락거리는 낙엽밟는 소리

여기저기 떨어진 도토리와 빨갛게 익은 새들의 늦은 도시락 산딸나무 열매까지

숲길은 풍성한 가을로의 길을 열어준다.


길가에는 가을꽃들이 마중나왔다.


[물매화]


[자주쓴풀]





조릿대에 점령당한 '노로오름'은 예전에 오름 일대에

노로, 노리(노루의 제주어)가 많이 서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작은 언덕의 낮은 세 봉우리가 딸려 있어 기복을 이루며 연결되고

노로오름의 동사면에는 삼나무가 조림되어 있고  

전사면은 자연림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제주조릿대가 넓게 분포한다.


한여름 '여로'의 아름다움을 뽐낸 흔적만이 남아있고

조릿대 사이로 큰천남성의 튼실한 열매가 얼굴을 내민다.

이름모를 버섯들의 아름다운 유혹에 빠져드는 동안

길동무들은 조릿대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큰천남성]


[끈적긴뿌리버섯]


[노루궁뎅이버섯]



정상의 하늘을 눈에 담아본다.

삼형제오름 방향으로 흘러가는 구름은 한라산을 가려버렸지만

하얀구름이 보이는 맞은편 하늘은 맑고 깨끗해서 눈부시다.







수직의 삼나무 숲길을 지나

노로오름으로 가는 등성이는 조릿대가 점령을 해버렸다.

두 눈을 감고 잠시 서서 억새에 스치는 바람소리

가을이 익어가는 숲길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

새들의 늦은 도시락이 되어 줄 아름다움을 뽐내는 빨간열매의 유혹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꽉찬 하루는

가을로의 여행을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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