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모루 '영주산'(2017.4.4.화)
제주의 모든 바람을 다 막고 있는 오름
'신선이 살아 신령스럽다'
는 오름이 뒷동산처럼 자리한 오름이 영주산이다.
영주산 봉우리에 아침 안개가 끼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날이 오래도록 가물면 영주산을 올려다보며 비를 기다렸다고 한다.
영주산은 마을의 수호산이면서 기우제를 지내던 곳으로
성읍마을 사람들에게는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마음의 고향으로 다가오는 오름으로 이 마을의 지킴이다.
영주산은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1리에 위치하고
높이는 326.4m로 산체가 비교적 크고 분화구는 화산체의 남동쪽으로 터진 말굽형이다.
신선이 살아 신령스럽다고 하여 ‘영모루’ 또는 ‘영머리’라고 했다.
풍수적으로 볼 때 정의현 읍치의 주산에 해당한다.
알프스승마장 옆 농로따라 500m를 가면 오름 입구에 도착하는데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오름 들머리는 철계단이 놓여져 있고
스피커에서는 오름을 오를 때의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영주산 동사면은 경사가 완만한 풀밭이라 등반로로 쉽게 오를 수 있지만
다른 쪽은 가파르고 나무가 우거져 오르기가 힘들다.
오름 사면 대부분은 초지로 이루어져 있고 오름 전사면에 억새가 자라고 있다.
정상으로 오르기 전 드넓은 초지에는
꼼짝꼼짝 고사리가 주먹을 내놓고 기다린다.
햇빛이 잘 드는 양지가 좋아 봄햇살에 노란꽃을 달고 나들이 나온 양지꽃
봄하늘 따스함이 느껴졌는지 예쁜 구슬을 담은 작고 앙증맞은 구슬붕이
이름 모를 제비꽃들은 제멋대로 자태를 뽐내고
봄처녀 '산자고'는 봄햇살에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 눈부시다.
[고사리]
[꿩의밥]
[양지꽃]
[구슬붕이]
[낚시제비꽃?]
얘~넌 진짜 이름이 뭐니?
[산자고]
'영주산과 무선돌'
부잣집 딸과 가난한 총각의 비련의 전설
늙은 홀어머니를 모시는 가난하지만 효심이 지극한 총각은 부잣집 딸에게 한 눈에 반해
홀어머니를 소홀히 하고 추운 겨울날 홀로 세상을 뜨게 되자
결국 부잣집 딸과 가난한 총각은 마을에서 쫓겨나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날벼락을 맞아
딸은 영주산이 되었고 총각은 무선돌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무선돌 바위]
바위 안에는 자그마한 불상이 놓여져 있다.
누군가 동전을 올려 놓고 기도를 한 흔적도 보인다.
[굼부리]
동쪽으로 향한 말굽형 굼부리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오름의 서녘 기슭에는 천미천이 흐르고
바닥이 가마솥처럼 패였다고 '가메소'라고 하는 못이 있다는데
확인하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
[동자석과 문인석]
동자석은 무덤에 세우는 사람 모양의 석인상이다.
죽은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 터를 지키는 지신이라 말할 수 있다.
제주의 동자석은
현무암, 조면암, 용암석 등 제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암석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의복이나 몸의 형태는 간소화하고
크기도 작아 서민적이면서 단순한 조각미가 매력적이다.
동자석은 해학적이고 익살스런 얼굴표정, 손에 들고 있는 상징물
특히 얼굴과 두 손 표현을 강조한다.
제주의 동자석은 민간신앙의 미륵, 기자석 등의 석상이 결합되어
제주의 양식으로 정착하게 된 무덤조각이라 할 수 있는데
제주인의 삶과 숨결이 깃든 제주의 문화이다.
[줄사철나무]
천상으로 가는 계단
모두들 계단 세느라 신경을 곤두세운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나무계단은 대략 624개로 정리했다.
나무계단 양쪽으로 산수국이 심어져 있는데
초여름 파란하늘과 산수국이 능선을 덮을 때 천상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환상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계단 틈 새로 하얀 꽃잎이 아름다운
장딸기가 얼굴을 내민다.
[장딸기]
정상에는 삼각점과
산불 감시용 경방초소, 소와 말을 돌보기 위한 막사도 보인다.
정상은 360도 전망대다.
넓다란 광야에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만든 성읍저수지가 펄쳐진다.
성읍저수지는 성읍리의 임야와 농경지를 개발한 것으로
증가하는 농업용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다.
성읍저수지 뒤로 제주도의 오름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동부지역
오름 군락의 파노라마는 황홀한 장면을 연출한다.
(거슨세미~안돌~밧돌~체오름~거친오름~민오름~큰돌이미~비치미~개오름 등등)
동쪽 아래 기슭에는 성읍민속마을 공동묘지가 있고
오른쪽으로 광활한 목장과 왼쪽으로 성읍민속마을의 멋스러움
멀리 바다위의 궁전 '성산'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인다.
정상을 내려가는 길에 만난 솔잎이 푹신하게 느껴진다.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은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주우러 다녔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발풀고사리]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무척 가파르다.
자칫 딴짓을 하면 미끄러지는 불상사가...
모두들 내리막길에서는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간다.
수직의 정원 '삼나무 숲길'을 빠져나오니 출발했던 지점으로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영주산 둘레길을 갈 수 있다고 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부잣집 딸과 가난한 총각의 비련의 전설 '영주산과 무선돌'
균형잡힌 굼부리와 모양새가 의젓한 영주산의 품격은 이 오름의 매력인 듯 하다.
[꽃마리]
[자주괴불주머니]
[등대풀]
길가에 작은 들꽃들은 봄바람에 살랑거리며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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