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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 나들이

고려인 아리랑과 '우수리스크'

by 고니62 2017. 7. 27.

고려인 아리랑과 '우수리스크'(2017.7.19~23)


여행 4일째...

출발 전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라는 가이드의 말에 의아해하며

1시간 정도 버스로 우스리스크로 이동한다.

한때는 블라디보스토크보다 더 크고 유서 깊은 우수리스크

중국 하얼빈 방면이나 북한 두만강선과 이어지는 철도가 모이는 곳으로

연해주 한인들의 아픈 사연들이 서린 곳이다.




낯선 땅 러시아...

이 곳에는 생각지 못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있었다.

1937년 9월 스탈린에 의해 철저히 계획되어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집단으로 강제 이주 시킨 라즈돌노예역...

러시아 통치자에게는 중앙아시아의 노동력 보충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고

고려인에겐 억울한 강제 이주였다.

시대적으로 일본인이 되어버린 한인들은

일본에 대한 간첩활동의 명분으로 고려인 중 지식인들의 처형과

강제 이주되면서 많은 고려인들이 사망되는 아픈 사연을 간직한 곳이다.



차를 주차한 곳은

낡은 건물과 철도가 있는 라즈돌노예 역

1937년 고려인들이 강제 이주가 이루어졌던 첫 역이다.

올해가 고려인 강제 이주 80주년이 되는 해로

고려인들의 아픈 역사가 시작된 철도는 조용하다.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오는 동안 이 철로를 통과했지만

잠시 잊고 있었다.


 습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우수리스크

습지와 초지, 삼림이 우거진 끝없는 대평원이 연속이다.

제대로 땅을 가꾸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의 멋스러움이 묻어나는 끝없는 연해주의 대평원

하얀수피가 아름다운 자작나무를 비롯해 낙엽활엽수림대가 형성되어 있고

아래에는 이름모를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9288km의 시베리아 횡단철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빠르고 안정적인 길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철도 주변으로 생명력이 강한 토끼풀이 아침 햇살에 빛난다.


[토끼풀]


[털별꽃아재비]


[붉은토끼풀]


최재형 독립운동가의 생가를 찾았다.





[독립운동가의 대부 최재형 선생 생가]


 볼로다르스카야 38번지는

선생이 일본군에 의해 체포되어 죽기까지 살던 집이다.

 현재 내부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현재 고려인민족문화자치회가
고택 뿐만 아니라 기념비 건립도 추진 중이며
2018년까지 관리동을 완공하고 기념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름 더위에 개 한마리가 마당을 어슬렁거린다.


러시아 한인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을 끼치며 존경받는 최재형 선생

최재형 선생은 함경도에서 노비의 신분으로 태어나

 아버지를 따라서 9살에 함경도에서 연해주로 이주해왔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은

초기 한인 정착 시기에 통역가로서 활동하며 한인들의 삶을 대변했고

군대물자 납품, 부동산업자로 막대한 재산을 모아 독립운동과 국민계몽운동에 앞장섰다.

그러나 최재형은 1920년 4월 참변 당시

러시아 내의 일본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체포되었고, 일본 헌병대에 의해 학살당했다.

생전에 안중근에게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 사살하도록 제의했고

그를 러시아 법정에서 재판받게 하려는 시도가 불발되고 안중근이 끝내 뤼순에서 사형된 뒤,

최재성은 안중근의 유가족을 돌봐주었다고 한다.



[러시아  한인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단체를 만들었던 모임 장소]


[시민공원]


하바롭스크의 강변공원

블라디보스토크의 해변공원

우수리스크는 도심 한복판에 시민공원을 만들었다.

주말이라 오전인데도 많은 러시아인들이 산책을 즐기는 모습들이 보인다.

공원은 정리된 듯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쉼터와

군데군데 여름꽃들이 활짝 피어 더위를 잊게 해준다.


[흰말채나무]


[원추리]



[거북이동상]


거북이동상은 이 곳이 옛 발해터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고 한다.

하지만 알수 없는 러시아어로 된 안내글이 있을뿐

허술한 모습으로 남아있어 관리가 필요함을 느껴보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헤이그 특사 이상설 유허비]


라즈돌나야 강 근교에는 발해의 옛 성터와 함께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이상설의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이상설이 "독립된 조국이 아니면 그곳에 내 시신도 들여놓지 않겠다"며

사후 유해를 화장해 이 강에 뿌려줄 것을 유언한 데서 기인한다.


전날 폭우로 유허비는 물에 잠겼고

발해의 토성이 남아 있다고 하는 우수리스크 벌판 역시 물에 잠겨 들어갈 수가 없다.

우수리스크 벌판은 말들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고

중국과는 달리 러시아는 발해의 역사를 인정해 준다고 한다..


[한인이주 140주년 기념관(고려인문화센터)]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건립한 고려인 문화센터는

2009년 10월 31일 '러시아 한인이주 140주년'

을 기념하여 설립하였다. 

한인이주 고려인 140주년 기념관에

고려인 대신 러시아인이 안내하는 모습이 아이러니컬하다.




아리랑은 명절 때 부르고 친구들하고 부르고

나무하러 가도 아리랑타령 부르고 그니까 산에 나무하러 가면

친구들하고 품앗이 해서 나무하러 가면...



[안중근 의사 기념비]


블라디보스토크 주립 의과대 앞에 세워져 있었던 비석은

2012년 말 의과대에서 일방적으로 철거, 시청 창고로 옮겨졌던 것을

2014년 8월, 우수리스크로 옮겨

지반 공사를 거쳐 현재의 위치에 세워졌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비석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가이드가 귀뜸한다.


고려인 관련 유적이 많이 있는 곳, 우수리스크

우리 민족과 역사, 문화가 공존하는 극동 러시아의 묘한 매력을 느끼며

고려인의 강제이주역사, 이상설 선생 유허비, 최재형 선생 생가,

고려인 터전의 중심지다운 고려인문화센터 등

독립운동가 분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