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곶자왈(2017.10.18.수)
제주의 허파이자 생태계의 보고 곶자왈
가을 억새를 찾아다니는 동안 잠시 잊고 있었다.
주렁주렁 달려 있을 다래랑 으름이랑 한참 익어갈텐데 기다려주겠지...
가을비에 젖은 평화로를 달리는 동안 걱정도 잠시
곶자왈로 들어가는 숲길은 비내린 흔적이 없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산양리(山陽里)는
아침해가 비친다는 뜻으로 제주시에서 한경면까지 50km 정도 떨어져 있다.
제주의 오지 중산간 마을 웃뜨르(낙천, 청수, 저지와 함께 4곳을 일컫는다.) '산양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감귤과 원예작물을 주소득원으로 하고 있고
척박한 지역을 농경지로 일구고 주거지를 만들어내는 강인함이 돋보인다.
마을 인근에는 '자록(사슴의 옛말)물'과 '여뀌못'을 비롯한
크고 작은 습지는 지역 사람들의 생명수가 되고 있다.
산양곶자왈 숲길은
한경면 청수리 일대에 형성된 상록활엽수림내에 위치한
곶자왈의 총거리는 3.4km 정도로
곶자왈 특유의 지형, 지질 특성을 관찰할 수 있도록 자연탐방로가 설치되어 있다.
마을 곳곳에는 곶자왈의 생명 에너지가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곶자왈이란 화산이 활동할 때 분출된
암괴상 아아용암류가 분포하고 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을 뜻하는 제주어로
지역에 따라 곶, 자왈, 곶자왈 등으로 부른다.
곶자왈은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함양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을 비롯한 다양한 동,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한라산과 해안을 연결시키는 생태축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곶자왈에 대한 안내글이 잘 설명되어 있다.
모쉬(馬牛)가 다니던 신비의 숲길 산양곶자왈
곶자왈 주변은 돌담을 두르고 소와 말을 키워 방목터로 이용되었다.
[용암협곡]
곶자왈로 들어서자 완만한 용암 대지 곳곳에는
마치 계곡처럼 아래로 오목하게 꺼져있는 지형들이 나타난다.
협곡에는 밤일엽이 군락을 이루고,
산양곶자왈의 원시성을 잘 나타내는 함몰구를 따라
곶자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인
콩짜개덩굴, 더부살이고사리, 꼬리고사리, 석위, 도깨비고비, 큰봉의꼬리 등과
활엽수림 아래에는 가는쇠고사리가 군락을 이루며 길을 내어준다.
[밤일엽]
[콩짜개덩굴]
[더부살이고사리]
[꼬리고사리]
[실고사리]
[석위]
[큰봉의꼬리]
[가는쇠고사리]
곶자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주위는 어둡고
늘 푸르름을 간직한 용암숲은 생명의 공간으로 양치식물들의 천국이다.
나무와 암석이 만들어내는 착생식물과의 공존
숲은 조용하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는 햇빛과의 치열한 전쟁을 치루는 중이다.
[경계 돌담]
곶자왈은 마을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목장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숯을 굽기도 하였던 곳으로
지금도 곶자왈에는 경계를 둘렀던 돌담의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야외교육장의 낡고 오래된 나무의자는 습기에 기울어져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숨골]
산양곶자왈은 용암이 어느 곶자왈보다 크고 많은 바위들이
구릉을 이루고 있는 지형, 경관적으로 특이한 곳으로서 마을 주민들은
예로부터 '큰엉곶'이라 부른다.
특히 숨골지형과 함몰지의 발달이 특징적이다.
낙엽이 두텁게 쌓인 습기가 많은 낙엽수림대 아래에는
긴타원형의 잎을 한 '약난초'가 올라왔다.
상록의 상태에서 월동을 하고 난 후
5~6월 연한 자주빛이 도는 갈색으로 피어 곶자왈의 보석이 되어준다.
[약난초]
[세발버섯]
[좀담배풀]
[산박하]
숲은 생명력의 발원지이다.
곶자왈은 상록활엽수인 종가시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참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조록나무, 생달나무,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녹나무, 후박나무, 육박나무, 산유자나무 등의 상록활엽수와
예덕나무, 붉나무, 단풍나무 등 낙엽활엽수의 혼효림으로
과거 수백년 동안 거대한 숲을 만들어냈다.
대부분 과거 숯이나 땔감 등의 목적으로 벌채 후
밑둥에서 새로운 줄기가 자라서 형성된 맹아지가 많이 보인다.
[단풍나무]
[예덕나무]
[종가시나무]
[붉나무]
[산초나무]
[초피나무]
가시가 마주 나 있어 산초나무와 구분된다.
[된장풀]
'이 땅과 하늘의 주인은 바로 너희들이지.
우린 너희들의 미래를 빌려 쓰고 있을 뿐.'
산양곶자왈 생태숲길 탐방로에는 이런 글이 써 있었다.
다래의 흔적은 찾지 못했지만
농로길 담벼락에는 임하부인 '으름'이
금방이라도 까만씨가 박힌 속살이 터질 듯하고
열매를 감싸 안은 풍선을 여럿 단 꽈리는 어릴적 추억에 젖어들게 한다.
[으름]
[송악]
[진득찰]
[노란꽃땅꽈리]
줄기에 털이 있는 땅꽈리와 구별된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슬아슬 밭담에 엉긴
눈사람 모양의 호박 하나가 소박하고 정감가는 마을 풍경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산양곶자왈의 숲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어지는 함몰구와 군락을 이룬 밤일엽의 세력, 원시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곶자왈의 숲
순백의 사각별 '백서향'의 꿀내움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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