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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수망리 '마흐니오름'

by 고니62 2020. 10. 6.

수망리 '마흐니 오름'(2020.10.4. 일)

 

험하고 거칠다는 뜻의 '마흐니' 

오색을 품은 숨겨두었던 비밀의 마흐니 숲길에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 

화전민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집터와 잣성,  

제주 장례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정부인 이 씨 묘, 

숲에서 뿜어내는 방향성 물질 피톤치드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삼나무 숲길 

화산 폭발로 생긴 용암이 흘렀던 자국(용암대지)과 마흐니 숨골(수직동굴)

그리고 그 끝에는 숲길을 품은 마흐니 오름까지 

초록 향 가득한 숲길을 다시 찾았다.

 

오름과 물의 마을 '수망리' 

물영아리오름 맞은편 목장길을 시작으로

오름 정상으로 이어진 탐방로 따라 가을 속으로 들어가 본다.

마흐니 숲길은 5.3km(왕복 10.6km)로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숲길로 가는 목장길~

가을 햇살에 무르익어가는 임하부인 '으름' 

방패모양의 잎과 고만고만한 앙증맞은 꽃 '고마리' 

가을 들판을 휘젓고 다니는 '산박하'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자람 터를 넓혀가는 '개여뀌'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붉은 속살 억새는 가을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으름]
[고마리]
[뚝갈]
[산박하]
[개여뀌]
[억새]
[쉼팡]
[세거리 내창(집 셋 채와 냇가]

물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집이 나란히 있다.

가족단위로 주거를 하면서 화전 생활과 사냥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

숲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르며 

켜켜이 쌓인 낙엽 위로 얕은 뿌리가 지상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고목은

쓰러져 썩어가지만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고 

봄과 여름의 흔적은 귀한 존재가 되어주고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듯 하지만 무질서 속에 질서를 유지한다.

 

[왜승마]
[섬사철란]
[으름난초]
[고사리삼]
[천남성]
[말뚝버섯]

마흐니 오름은 남원읍 수망리에 위치한 

표고 552m, 비고 47m인 말굽형 분화구이다.

마안이 오름, 마하니 오름 등으로 불리고 마흐니 오름 근처는 

일제강점기 및 4.3 사건 이전까지 수망리 주민들이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오래전 주민들이 거주했던 흔적 등을 만날 수 있다.

1948년 제주 4.3 사건 이전에는 오름의 굼부리에서 밭농사를 지었고 

1960년대 후반까지도 노루사냥을 했던 곳이라 한다.

 

[마흐니오름 정상]

정상에서는 나무에 가려 조망이 어렵지만 

울창한 나무 사이로 물영아리오름이 살짝 드러난다.

 

마흐니 궤는 반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폭이 약 10m, 높이가 약 7~8m에 이르고 깊이는 4m 정도 되는 바위굴로 

마흐니 오름 남남서쪽 의귀천 상류 계곡에 있다.

궤를 이루고 있는 암석은 물장올조면현무암으로 

지표면을 따라 흐르던 물이 궤의 상부로 모여 낙수를 만든다.

마실 물이 있음으로 인하여 마을 사람들이 겨울철에 노루 사냥이나 나무를 벌채하기 위하여 

마흐니 궤 내부에서 며칠 동안 숙식을 하며 지냈다고 한다.

 

[마흐니 궤]
[제주조릿대]
[정부인 묘]

조선시대 후기에 

제주 명월진 만호(萬戶)를 지낸 황한규의 정부인 이 씨의 무덤 

이 무덤은 20세기 초반 제주 사회의 전통적인 무덤 양식을 이어받은 것으로 

봉분 앞 양 옆에는 4단에 8각으로 만든 멍군석(망주석)이 세워져 있다.

산 담은 앞이 짧고 뒤가 길게 된 역사다리 꼴로 두르고 

접담(겹담)으로 되어 있다.

숲에 가려 찾지 못했던 묘는 정비를 하면서 찾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묘 가장자리는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엉켜 있고 

밑동을 자른 흔적이 보인다.

 

[마흐니 수직굴]

수직동굴 주변으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마흐니 수직굴은 일반적인 용암동굴이 수평으로 발달하는 것과 달리 수직으로 발달하여 

수직굴 직하부에서 남쪽(수망리 민오름)으로 수평굴이 형성되어 있어 

'ㄴ' 자 모양을 하고 있는 독특한 동굴이다.

동굴의 깊이는 약 20m이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직경이 커진다.

 

[마흐니 용암대지]

마흐니 용암대지는 물장올에서 유출된 

물장올조면현무암이 수십 회에 걸쳐 흐르는 과정에서 

용암 유로를 따라 흘러나온 용암이 

편평하게 시루떡처럼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다.

비가 내리면 용암 단애에서는 

폭포수를 이루고 하부에서는 소(沼)를 형성한다.

 

[삼나무 숲]

통 바람이 부는 삼나무 숲 

푹신한 흙길은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부드럽고 

지루할 틈도 없이 변함없이 에너지를 뿜어내는 수직의 정원은 

사열하듯 늘어선 모습으로 길을 안내한다.

 

[화전민 집터]

일제강점기 및 4.3 사건 이전까지 

수망리 주민들이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오래전 주민들이 거주했던 집터 등이 보인다.

 

숲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설렘으로 가득 찼던 은빛 억새의 출렁거림 대신 여기저기 파헤쳐진 길 

오랜만에 찾은 마흐니 숲길은 실망감만 안겨준다.

 

숲으로 들어서자 수북이 쌓여있는 갈색의 나뭇잎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초록의 숲 신비로운 곶자왈로 들어선 듯 

하늘을 가린 나무와 덩굴식물들이 뒤섞여 숲을 이루고 

돌 위를 덮어버린 고사리류는 밀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 듯 

비밀의 문이 서서히 열린다.

 

[수크령]
[올리튼물]
[쑥]
[쑥부쟁이]
[남조로]

하늘을 가렸던 초록의 숲과 계곡은 

가을비에 촉촉이 젖어 찾는 발걸음도 뜸한 채 쓸쓸함이 감돌고 

극한적인 환경에서도 생명력이 강한 신비한 약효를 지닌 귀한 대접받는 '쑥' 

척박지에서도 잘 자라는 가을 들판의 주인공 '쑥부쟁이' 

마흐니 숲길에도 가을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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