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세복수초'(2021.2.19. 금)
바람부는 겨울 찬 하늘~
하얀색 풍광이 한라산을 덮어버린 갑작스러운 폭설과
매서운 눈바람까지 강추위 속에 봄을 부르는 한라산의 전령사
여기저기서 차가운 눈 위로 노란 얼굴을 내민다.
앙상한 숲 속,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기 전 낙엽 수림대 아래 얼음새꽃 '세복수초'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자태
시간이 멈춰 버린 듯 마법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며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공기가 느슨해지고 바람이 머무는 곳
숲 속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른다.
초록잎을 만들기 전이라 앙상한 나무는 삭막하고 쓸쓸하게 보이지만
황금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초록 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로 갈아입은 '세복수초'
한라산 중산간을 시작으로 봄의 전령사는 일찍 기지개를 켠다.
언 땅을 뚫고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세복수초'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면 그 주위가 동그랗게 녹아 구멍이 난다고 해서 '눈색이꽃'
얼음 사이에서 핀다고 해서 '얼음새꽃'이라는 고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축축한 나뭇잎 위로 첫인사를 나눴던 봄의 전령사
꽁꽁 얼어버린 얼음을 뚫고 차가운 눈 위에서 희망을 전한다.
세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새의 깃처럼 가늘고 길게 갈라져서 '세복수초(細福壽草)'라 부르는데
꽃과 잎이 거의 동시에 나오고, 잎 위로 꽃봉오리가 올라온다.
복수초(福壽草)라는 한글 이름과 달리
노란색 꽃이 부와 영광, 행복을 상징하는 황금색이라 '복수초'라 불린다.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세복수초(細福壽草)는
잎은 새의 깃처럼 가늘고 길게 갈라지고 꽃과 잎이 동시에 나오지만
꽃이 먼저 피면서 잎이 나오는 복수초와 비교된다.
꽃샘추위와 자주 내리는 차가운 봄비보다는 따스한 햇살을
보고파하는 햇빛을 좋아하는 세복수초
옥 받침에 금잔을 올려놓은 듯
봄의 전령사 '세복수초'가 샛노란 꽃잎을 활짝 열어젖혔다.
세복수초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자세히 보아야
더 아름다운 키 작은 들꽃들은 이름을 불러주면 환하게 웃어준다.
바람도 멈춘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
나무 잎새가 아침마다 색을 달리하고 소박하지만 찬란한 이 계절의 풍광
앙상한 가지 위로 파란 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차가운 바닥을 하얗게 수놓는 변산 아씨 '변산바람꽃'
잠시 피었다가 봄바람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아직은 수줍은 듯 차가운 눈 위로 하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간밤의 추위를 견디고 움츠린 모습으로
봄비와 나뭇잎을 이불 삼아 보송보송 솜털을 단 앙증맞은 '새끼노루귀'
남들보다 먼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깊고 어두운 땅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어김없이 찾아와 주는 마음씨 고운 작고 여린 봄꽃들
잠시 머물다 설렘만 남기고 봄바람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아름다운 새 생명을 탄생시키며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며 봄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자연의 사랑을 먹고 자란 찬란한 봄의 전령사들
봄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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