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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이야기

설원의 '구상나무'

by 고니62 2022. 2. 23.

설원의 '구상나무'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한라산 

겨울 마주할 수 있는 눈 덮인 '백록담 화구벽'의 아름다운 모습과 

백설에 덮인 구상나무 군락지 

서 있기만 해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영화가 되는 절경 

마음만은 벌써 사제비동산을 지나 만세동산에 서 있다.

 

[백록담 화구벽]
[구상나무]

부드러워진 아침 공기 

졸참나무가 하늘을 덮고 있으면서 서어나무, 때죽나무 등이 

서로 어우러져 자라는 참나무 숲 

 

[졸참나무]
[해발 1,100M]

앙상한 졸참나무가 서 있는 숲을 지나자 반갑게 맞아주는 어리목 계곡 

잎이 떨어진 겨울나무는 파란 하늘을 품고 

나뭇가지가 꺾일 듯 켜켜이 쌓인 눈 

겨울 왕국 한라산의 이국적인 풍광에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한겨울에 더욱 빛나는 '붉은겨우살이']
[주목]

숲을 만나 숲을 벗어나면 펼쳐지는 아름다운 설원 

가파른 오르막과 환상적인 순백의 터널은 사제비동산까지 이어지고 

군락을 이룬 구상나무, 탁 트인 평평한 고원이 펼쳐지는 사제비동산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겨울왕국이 펼쳐진다.

 

[살아 백 년, 죽어 백 년 '구상나무 숲']
[제주조릿대]

해발 1,400m를 지나면서 

살아 백 년, 죽어 백 년 '구상나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만세동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록담(화구벽)]

2월의 겨울 햇살에 새하얀 세상

탁 트인 고원 한가운데 우뚝 솟은 백록담 화구벽 

눈 덮인 화구벽은 겨울에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 중의 하나로 

자연이 주는 벅찬 감동, 꿈속을 걷는 듯 눈부신 설국이 제대로 펼쳐진다.

 

[구상나무 군락]
[구상나무 '고사목']

오래도록 한라산의 품을 지켰던 '구상나무' 

한라산은 지구 상에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구상나무가 사는 곳이다. 

한라산을 아름답게 빛내주는 '살아 백 년, 죽어 백 년 구상나무' 

살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겨울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견디며 고산지역의 다양한 모습과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한라산을 대표하는 수종이다.

 

[남벽의 구상나무]

한라산 해발 1,700~1,800m에는 

한반도 고유 수종인 상록 침엽수 '구상나무'와 

'사스레나무(좀고채목)' 등의 낙엽활엽수가 어우러져 혼효림을 이룬다.

 

[구상나무]

구상나무는 한국 특산식물로 

소나무과에 속하는 고산지대의 대표적인 늘푸른나무(상록 침엽수)이다.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에 분포하고 

백록담을 중심으로 한라산 해발 1,400m부터 정상 근처까지 

군락을 이루는 힘찬 기상을 가진 토종나무이다.

 

초기의 수형은 원뿔 모양의 

아름다운 수관을 가지고 있고 자라면서 원추형으로 변해간다.

 

잎 뒷면에 2줄의 기공선이 흰색을 띠어서 

멀리서 보면 나무 전체가 은녹색의 아름다운 모습이 매력적인 나무이다.

구상나무는 잎 속에 기름이 많이 들어 있어 

안개와 빗물에 젖은 가지와 잎이 불에 쉽게 타기도 한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하는 '구상나무']

잎의 길이는 짧으며 잎 끝이 얇게 갈라진 모습이며, 

키는 18m에 달하는데 줄기의 껍질은 매우 거칠어 보인다.

부드러운 잎은 향기까지 있고, 원추형 수형이 균형 잡힌 모습 

원조 크리스마스트리가 곧 한라산 '구상나무'이다.

 

암수 한그루인 구상나무는 

4~6월에 솔방울 모양의 다양한 색의 꽃이 피고 

9월 계란 모양의 솔방울 열매가 하늘을 향해 곧게 선다.

씨를 감싸는 잎처럼 생긴 포편(苞片)의 끝에는

뾰족한 돌기가 뒤로 젖혀져 있는 모습이 분비나무와 구별이 된다.

 

[수꽃]

구과의 색에 따라 검은 구상, 푸른 구상, 붉은 구상으로 불린다.

 

[검은 구상]
[푸른 구상]
[붉은 구상]

구상나무를 신종 식물로 발표한 사람은 영국 식물학자 윌슨이다.

제주 사람들이 '쿠살낭'이라 부르자 

'구상나무'라고 이름을 지어 전 세계로 알려준 윌슨이지만 

그 이면에는 학명에서 보듯 생물주권을 빼앗겨 버린 현실이 아쉬움을 남게 한다.

(학명: Abies koreana E. H. Wilson

원추형 수형이 균형 잡힌 모습이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가 높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제주어로 '쿠살'은 성게, '낭'은 나무를 칭하는데 

아마 구상나무 잎이 성게 가시처럼 뾰족하게 생겨서 

'쿠살낭'이라 불렀으리라 짐작한다.

 

[구상나무 '고사목']

기후변화로 구상나무 자생 군락지는 점차 사라져 가고

건강하게 수명을 다한 나무는 매끈하게 뻗은 굵은 가지가 다각도로 기개를 보여주지만

수명을 다하지 못한 나무는 잔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한라산의 혹한기 추위와 매서운 바람에 견디지 못한 구상나무는

뿌리째 뽑혀 드러누워 있는 모습도 보인다.

 

[윗세누운오름과 윗세족은오름]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하늘과 오름이 하나로 이어지고 

길 한복판의 정오의 햇살은 눈부시도록 쏟아져 내린다.

눈 덮인 고산 평원, 의젓하게 눈보라를 감싸 안은 구상나무는 역시 장관이다.

 

[눈보라를 감싸 안은 '구상나무']
[백록담 화구벽]

겨울 산행의 또 다른 매력 

부드러운 비단결처럼 눈이 소복이 쌓인 등산로,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면 들리는 눈 밟는 소리,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마저 

겨울산은 그야말로 순수, 그 자체다.

백록담 화구벽을 중심으로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구상나무의 꽃말은 '기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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