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마을 '신도리' 해안길을 걷다(2023.9.13. 수)
제주시에서 출발하여 족히 1시간 넘게 달리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제주도 서쪽 평야지대, 농촌 마을의 조용하고 정겨운 모습
끝없이 펼쳐지는 초록 들판은 눈을 싱그럽게 하고
마을 안을 지나자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 서남단 '바당올레'
올레 12코스(17.6km)는 서귀포 올레와 제주 올레를 잇는
무릉~용수 올레로 제주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품은 구간으로
마을 안길, 들과 오름, 그리고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다.
대정읍의 가장 서쪽에 있는 마을 신도리는
해발고도 50m 이하의 평지를 이루며 해안과 중산간에 걸쳐 있고
남쪽으로 원형의 분화구가 있는 녹남봉과 주변으로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태풍의 진입로에 있어 크고 작은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기도 하다.
신도포구(노을해안로)를 시작으로 무릉까지 가을이 내려앉은 해안길을 걸어본다.
바당올레가 시작되는 신도 2리 '도구리해안'
신도 앞바다의 거대한 도구리들의 사연 있는 이야기들이 신비롭고
바람에 검고 깊은 바다는 옥빛으로 일렁이고
강렬하게 내리쬐는 가을햇살은 행복으로 채워지는 풍경이다.
신도 바닷가에는 용암이 식어 굳어지면서 생성된
크고 작은 4개의 도구리(웅덩이)가 있는데
(도구리는 나무나 돌의 속을 둥그렇게 파낸 돼지나 소의 먹이통이다.)
신도바당 도구리에는 강한 파도에 휩쓸려온 물고기와 문어가 발견되기도 한다.
퍼부어대는 세찬비와 짠내 나는 바닷바람을 견디며
척박하고 염분이 많은 땅에서 살아가는 바닷가 염생식물들은
제주의 검은 돌 틈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하얀 소금을 뒤집은 채로 바닷바람과 맞서며 모질게 살아가는 모습
섬사람들의 억척스럽고 강인함을 보는 듯 애틋하다.
불길한 징조나 허한 곳으로 들어오는 액운을 막으려고
세운 제주인들의 마을 공동체적인 민간신앙이 깃들어진 돌탑이다.
돌하르방이 얹어 있는 모습은 대정읍 지역의 특징이다.
바다가 전해주는 향기 품은 바람,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되는 행복으로 채워지는 풍경
파란 바다가 일렁이고 소금기 머금은 향기 품은 바람은 생기가 느껴진다.
해안가 따라 걷는 길에는
바람 방향에 따라 어지럽게 춤을 추는 키 작은 들꽃들
어쩌다 눈 마주쳐도 사정없이 흔들어댄다.
무릉리는 대정읍의 북서쪽 해안과 중산간에 걸쳐 있는 중산간마을로
서쪽은 신도1리와 동쪽으로 영락리와 접해 있다.
해발고도 약 60m 이하의 평지를 이루고 정개밭, 포제동산 등 나지막한 동산들과 연못이 있고
녹색농촌체험마을로 밭작물인 감자, 콩, 보리가 주요 소득원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마주하고 걷는 해안길이 조금은 버거웠지만
소리 없이 찾아와 준 바닷가의 가을
해안길에서 만난 키 작은 들꽃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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