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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길따라

교래리 '삼다수숲길'

by 고니62 2024. 6. 9.

교래리 '삼다수숲길'(2024.6.2. 일)

 

서서히 고개 드는 더위, 여름이 온다.

소리 없이 피어나 먼 곳까지 향기 날리는 들판의 하얀 바람 

봄과 여름을 사이에 두고 

연약한 듯 가냘픈 자태는 바람에 흩날리는 대로 메밀꽃 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와흘 메밀밭]

한라산 아래 첫 마을 교래리(橋來里) 

한라산 북동쪽에 위치한 평탄한 중산간마을로 '도리'라고 불렀다.

마을 남서쪽에서부터 하동마을에 이르는 약 1km의 암반이

길게 다리 모양의 형체를 하고 있어 다리 삼아 건너 다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리 교(橋), 올 래(來) 자를 써서 '교래'라 불리게 되었다.

 

[수령이 300년을 훨씬 넘은 보호수 팽나무: 조천읍 교래리 소재]

목가적인 전원풍경의 교래리

700여 년 전 화전민들이 들어와 마을을 이루기 시작했고

조선시대 국마를 기르던 목장지대로 위상이 높았다.

교래리 지역은 한때 마을이 번창해

중산간마을 가운데 선흘 다음으로 큰 마을이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4.3 사건의 영향으로 마을 가옥이 전소되고 주민들도 떠나 폐동되기에 이르렀다가

복구되었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마을이다.

현재는 상동(웃동네)과 하동(알동네), 2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 도로변에는 수령이 300년이 훨씬 넘은 보호수 '폭낭(팽나무)'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교래마을의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삼다수숲길]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삼다수숲길은 

오래전 사냥꾼과 말몰이꾼이 이용했던 오솔길을

제주개발공사와 교래리 주민들이 함께 보존하면서 조성한 숲길로 

한 그루터기에서 여러 가지가 생겨난 맹아림을 통해 벌목, 숯 만들기 등 

4.3 사건과 6.25 전쟁 이후 제주도민의 산림이용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분재형 숲은 수목이 지니는 경관미와 가치, 

난대 낙엽활엽수림의 교육적 활용 가치 등을 인정받아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 숲 경진대회'에서 천년의 숲 부문 어울림상을 수상했고, 

2017년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추가 지정되기도 했다.

삼다수숲길 지하에는 천연 화산암반수인 삼다수가 숨 쉬고 있고, 

삼다수숲길을 중심으로 희귀 식물 군락지와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고 있다.

 

[삼다수숲길 들머리]

아름다운 삼다수숲길은 

1코스 꽃길(봄의 야생화길, 1.2km, 30분 소요) 

2코스 테우리길(5.2km, 3시간 소요) 

3코스 사농바치길(사냥꾼길 8.2km, 4시간 소요)의 완주코스로 

사철 푸른 삼나무 숲길과 봄의 세복수초 군락, 

여름의 산수국길, 가을의 하천을 따라 물든 단풍, 겨울의 눈 덮인 삼나무는 

사계절 무척 아름다운 비밀의 숲으로 다시 찾게 된다.

 

[2코스: 테우리길 초입]
[1코스와 2코스 갈림길]

삼다수를 머금은 제주의 숨은 숲길 '도리마을 숲길' 

사계절 가기 좋은 삼다수숲길로 

깔끔하게 정돈된 비밀의 숲길과 곶자왈이 어우러진 

자연 그대로의 비밀을 간직한 숲길이다.

한적한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삼다수숲길 그 길 위에 서본다.

 

[털개구리미나리]
[가락지나물]
[뱀딸기]
[윤판나물아재비]
[삼다수 숲길]
[삼나무]
[1코스: 꽃길]
[우천시 통행로]

제주의 숨은 숲길 '삼다수숲길' 

삼나무 아래에는 고사리류가 한껏 푸르름을 더해가고 

곶자왈의 생명 돌과 초록이끼가 만들어낸 계곡정원 

거대한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린 생명 강한 나무 

얕은 뿌리가 지상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고목이 된 나무는 

쓰러져 썩어가지만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한다.

 

[1코스와 2코스 분기점]

수직의 정원 삼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연녹색의 제주조릿대가 푸르름을 더해가며 눈을 시원하게 한다.

축축한 삼다수 숲길에는 푹신한 흙길, 짝을 찾는 새들의 아름다운 소리, 

숲이 주는 상쾌하고 맑은 공기에 베어나는 여름향기, 

바닥에 떨어진 때죽나무 꽃잎마저 예쁨을 더하고,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추억의 길은 기분 좋은 아침을 열어준다.

 

[바닥에 떨어진 때죽나무 꽃잎]
[때죽나무]
[천미천]

제주의 하천은 대부분 건천이라

평상시에는 물이 없는 하천의 모습이지만

큰비가 내리면 급류를 이루며 장관을 이루는 폭포들이 산재해 있다.

천미천은 폭우 시에만 물이 흐르는 건천으로

한라산 1,100 고지에서 발원하여 교래리와 성산읍을 걸쳐 표선면 하천리 바다로 이어진다.

천미천의 총길이는 25.7km로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이다.

하천의 바닥에는 크고 작은 돌개구멍이 발달해 있고

하천 단면에는 아아용암과 주상절리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천미천]
[긴김의털]
[산수국]

천미천 계곡 따라 걷다 보면 

제주삼다수를 머금고 있는 삼다수 숲길이 길게 이어진다.

연녹색 조릿대 길, 계곡 주변으로 봄을 노래하던 봄꽃들은 흔적을 남기고 

피어나기 시작하는 산수국의 헛꽃은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숲 속은 계절과 변함없이 녹색 바람이 분다.

 

[큰천남성]
[천남성]
[천남성]
[나도고사리삼]
[뱀톱]
[십자고사리]
[옥잠난초]
[갈매기난초]
[2코스와 3코스 분기점]
[나가는 길]

3코스 사농바치길(사냥꾼길)은 다음을 기약하고...

 

[바닥을 하얗게 수놓는 때죽나무]

통 바람이 부는 수직의 정원 삼나무 숲 

숲이 내뿜는 초록향기는 온전한 힐링으로 마음을 치유해 주고 

사열하듯 반기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 준다.

 

 

삼다수 숲길에는 제주 삼다수의 수원지가 위치해 있다.

삼다수는 빗물이 지하에 놓인 여러 겹의 용암과

송이층(구멍이 많은 현무암을 이루는 제주어)을 약 18년 동안 통과하면서 정제되고

유용한 화산물질이 녹아들어 만들어진 화산암반수이다.

 

 

숲을 빠져나오니 숲 가장자리에는 

초여름이 되면서 나팔모양의 긴 통꽃으로 금은화라 불리는 '인동덩굴'  

달콤한 향기를 내뿜으며 가던 길도 되돌아오게 한다.

 

[인동덩굴]
[가막살나무]
[산뽕나무]

자연이 주인인 이곳을 잠시 빌렸던 특별한 하루 

숲 속 초록에너지를 느끼며 느린 걸음으로 걸었던 추억의 '비밀의 숲길'  

교래리의 가치는 밟을 때마다 느껴지는 푹신한 

삼다수숲길을 걸으며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