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의 보석 같은 섬 '보길도'(2024.8.4. 일)
남해안의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완도의 보석 같은 섬 '보길도'
고산 윤선도의 유적으로 가득 채워진
윤선도 선생의 자취와 원시적인 자연 풍광을 간직한 '보길도'
계획 없이 힐링을 위한 여행으로 떠난 에코 아일랜드 '보길도'
이튿날은 계획을 잡고 보길도 일부분을 걸었다.
옛날 영암(靈巖)의 한 부자가
선친의 묘자리를 잡기 위해 풍수지리에 능한 지관을 불렀는데,
지관은 이 섬을 두루 살핀 뒤 '십용십일구( 十用十一口)'라는 글을 남기고 갔다.
이 글의 뜻을 풀기 위해 월출산 선암사의 스님에게 내용을 물으니
'섬 내에 명당자리가 11구 있는데,
10구는 이미 사용되었고 나머지 1구도 이미 쓸 사람이 정해졌다고 풀어
보길도라 불렀다고 한다.
[출처: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넉대의 택시에 나눠 타고 배 시간에 맞춰 보길도를 만나러 간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택시 안...
창문 밖으로 아름답게 펼쳐지는 다도해의 풍광
칸칸이 이뤄진 전복집,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자라는
청정해역을 품은 보길도의 전복 가두리 양식장이 넓게 펼쳐진다.
한참을 달리던 택시는 망끝 전망대에서 멈춰 섰다.
망끝 전망대는 보길도 서쪽 끝에 위치한 전망대로
'망월봉의 끝 부분'이라 망끝이라 불렀다.
서북쪽으로는 진도 팽목항과 남서쪽으로는 추자도가 손에 잡힐 듯 바로 보인다.
맑은 날(일 년 중 15일 정도)에는 반공에 뜬 제주도 한라산이 보인다고 한다.
끝없이 탁 트인 시원한 바다와 함께 서해바다로 황홀한 해넘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공룡알 해변으로 가는 길에는
매력적인 모습의 보죽산이 계속 따라다니고
여름의 끝자락을 알리는 '누리장나무',
이름과 달리 귀여운 모습의 여름꽃 '범부채'가 크게 반겨준다.
공룡알 해변은 보옥리 안쪽으로 들어가서
마을을 감아 돌아 흐르는 냇가를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해변이다.
'갯돌이 공룡알을 닮았다' 하여 공룡알 해변이라 부르는데
오랜 시간 돌들이 파도와 바람에 침식되어 둥글둥글해 마치 공룡알처럼 보인다.
크고 작은 갯돌들을 이용해 여기저기 탑 쌓기를 한 흔적
내 키만큼 높이 쌓은 탑들도 눈에 들어온다.
해무에 싸인 보죽산의 환상적인 모습에 한참 멍 때리기...
언제 또 이곳에 오나 확신이 없어 시간이 멈추길 바라보지만 속절없이 흘러간다.
공룡알 해변은 동백숲 속에서 조용히 야영하여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보죽산 등산까지 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피서지다.
보죽산은 보길도 남쪽 보옥리 뒤쪽에 위치한 산이다.
이름 그대로 뾰족하게 솟아오른 산으로 이곳 주민들은 뾰죽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산에는 황칠나무 등이 자생하고,
경사가 매우 급해 오를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등산로가 잘 갖춰졌다.
맑은 날 능선에 올라서면 추자도와 제주도가 보인다고 한다.
보길도에는 여러 종류의 해빈이 있다.
동쪽 해안 2곳에 모래만으로 이루어진 사빈은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데
각각 마을 이름과 해변 특징을 결부하여
'중리 은모래 해변'과 '통리 솔숲 해변' 등이 있다.
중리 해수욕장은 1km 정도의 고운 모래로 형성된 해수욕장으로
수심이 완만하여 가족단위 피서객이 많이 머무는 곳이다.
통리 솔밭 해변은 하루 두 번씩 썰물 때면
앞에 보이는 목섬과 해변이 서로 연결되어 도보로 진입 가능하다.
목섬엔 고동과 게, 바지락, 성게, 해삼 등을 잡을 수 있어
어린이의 체험학습을 겸한 실속파들이 많이 찾는 해변이다.
외해에 접해 있어 역빈 해안 발달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예송리 몽돌(자갈) 해변'과 '보옥리의 공룡알 해변'
예송리 몽돌 해변은 천연의 갯돌(검은 자갈)과
상록수림으로 이루어진 해변으로 보길도 동남쪽에 위치해 있다.
모래 대신 둥글납작한 검은 자갈이 가득 깔려서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특유의 소리를 낸다.
1.4km로 길게 뻗은 자갈밭과 그 뒤의 예송 상록수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보길도는 상록활엽수림이 분포하는 난온대성 기후대에 속한다.
식생은 적자봉을 중심으로 남사면에는 붉가시나무군락,
북사면에는 구실잣밤나무군락과 곰솔군락이 분포하고,
부용리와 부황리 마을 주변에는 동백나무군락이 소규모로 잘 보존되어 있다.
참가시나무군락은 부황리 마을 남쪽의 계곡과 능선 부위에,
소나무와 구실잣밤나무 군락은 부용리 동사면에,
까마귀쪽나무 군락과 순비기나무군락은 예송리 해변가에 소규모로 분포한다.
공룡알 해변을 빠져나와 송시열 암각시문이 있는 백도리로 향한다.
송시열 글씐바위 가는 길은 상록의 나무 그늘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너무도 예쁜 돌길을 5분 정도 걸었을까?
숲터널 끝에는 탁 트인 희망의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거대한 전복 양식장이 눈앞에서 쉼 없이 움직인다.
푸르른 남해바다와 기암절벽이 만나는 곳
송시열 글씐바위는 완도 앞바다와 기암괴석으로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
절절한 마음으로 새겼을 역사를 만나는 시간
팔십 고령의 나이로 이곳을 들렀을 때 어떤 마음으로 바위에 글을 새겼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풍광 앞에 서글프도록 감정이 복받쳤을까?
보길도의 동쪽 끝자락 백도리 해안 석벽에는
고산 윤선도(1587~1671)와 동시대를 살아간 우암 송시열(1607~1689),
조선 숙종 때 왕세자 책봉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려 1689년(숙종 15) 관직이 삭탈되고
83세의 나이로 제주도로 유배 가던 중 폭풍을 만났다.
이곳 보길면 백도리에 잠시 머물던 중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 것을 암벽에 오언절구 시를 남겼다.
지역에서는 '우암 송시열 글씐바위'라고도 부른다.
선명한 글씨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수많은 탁본으로 인해
검게 그을린 모습과 오랜 세월의 풍파에 깎여나가 찬찬히 찾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흐려진 글씨도 보인다.
우암 송시열의 암각시문은 한자로 쓰여있지만 한글로 해석해 놓았다.
[우암 송시열 암각시문 전문]
팔십삼세웅 / 창파만리중
여든셋 늙은 몸이 / 멀고 찬 바다 한가운데 있구나
일언오대죄 / 삼출역운궁
한마디 말이 무슨 큰 죄이기에 / 세 번이나 쫓겨나니 역시 궁하다
북극공첨일 / 남명단신풍
북녘의 상감님을 우러르며 / 남녘바다 바람 잦기만 기다리네
초구구은재 / 감격읍고충
이 담비 갖옷 내리신 옛 은혜에 / 감격하여 외로이 흐느껴 우네
남인과 서인을 대표했던 시대의 거장
남인 고산 윤선도와 성리학자로 서인의 사상적 지주였던 우암 송시열
제주도로 가던 중 보길도의 자연경관에 취해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윤선도
반면에 윤선도를 탄핵했던 송시열이 제주도로 유배 가던 중
이곳 해안 절벽 바위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과 임금에 대한 서운함을 각인...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는 흐른다...
웃게 만드는 아름다운 섬 여행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동백의 화원 '보길도'
뜨거운 여름, 추운 겨울을 지나
동백꽃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계절에 다시 한번 이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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