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이야기

하얀 깔대기 '호자나무'

by 고니62 2015. 1. 30.

하얀 깔대기 '호자나무'

나무이야기14




꼭두서니과 / 상록활엽관목

학명 : Damnacanthus indicus C.F.Gaertn.     

꽃말 : 공존




드디어 동백동산 가는 날~

나무 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제주의 아름다움은 너무나도 무궁무진해서 속살을 벗길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한참을 걷다 내 눈에 들어오는 아이...

이름을 알 수 없었던 이 아이는 달걀 모양의 잎이 윤기가 반들반들 흐르고 잎 사이로 숨어 있던 작은 뾰족한 가시가 내 손을 찌른다.

아얏! 내가 너무 방심을 하고 이 아이를 만졌던 탓에 손가락에 피가 날 정도로 아팠다.





몇 해 동안 잊고 있었는데, 더웠던 여름이 막 지날 무렵 이 아이를 만나는 행운이 찾아왔다.

그것도 한 그루의 나무에서 깔대기 모양의 하얀 꽃과 빨간 도깨비뿔이 앙증맞게 달려 있는 빨간 열매를...

사시사철 푸른 잎 사이에 숨이 있는 가시는 호랑이도 찌른다고 하여 '호자(虎刺)나무'란 이름을 가진 이 아이를...




깔대기 모양의 하얀꽃은 초여름 가지 끝에 1~2개씩 달리고, 도깨비뿔 모양의 작은 공처럼 생긴 핵과는 가을에 붉게 익는다.

화관의 모습은 통형으로 끝이 4갈래로 갈라지고 수술은 4개, 암술은 1개인데 암술머리가 4개로 갈라지는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호자나무는 숲 속 나무 그늘이나 습한 계곡 등지에서 자라는데 추위에 약해 남쪽 홍도와 제주도 등에 분포한다.

높이는 1m내외로 작은 나무로 잎이 달린 자리에서 잎의 길이와 비슷한 가시가 나오고 자라는 속도가 더딘 탓에 분재용으로 흔히 재배하고 있다.

특별하게 전정을 하지 않아도 수형이 잘 잡히고 꽃과 열매를 동시에 볼 수 있어서 전시회에 출품되어 이 아이의 매력에 푹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공존'이란 꽃말에서 처럼 호랑이에게 굴하지 않을 만큼 단단한 가시와 하얀 깔대기 모양의 꽃, 도깨비뿔 달린 빨간 작은공은 매력 덩어리다.




이듬 해 우연하게 찾아간 그 곳엔 누군가 시원하게 이발을 해버렸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서 같이 간 길동무에게 내가 괜히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렸다.

숲길에서, 계곡 주위에서 호자나무를 만날 수 있었지만, 몇 해 전에 보았던 아름답게 공존하는 깔때기 모양의 하얀꽃과 올망졸망 공모양의 빨간 열매의 호자나무를 볼 수 없음에 아쉽기만 하다.

 

'나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얀 부케 '덜꿩나무'  (0) 2015.02.14
까마귀 쌀 '가막살나무'  (0) 2015.02.11
쓴맛이 강한 '남오미자'  (0) 2015.01.30
눈종(snowbell) '때죽나무'  (0) 2015.01.29
한라산 '구상나무'  (0) 2015.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