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천 하천 생태 길(2024.9.4. 수)
호들갑 떨며 아우성치던 팔월 불볕더위도 떠날 때를 알고
나뭇잎 사이로 파고든 가을
리듬 타던 매미소리는 풀벌레 소리로 갈아타고,
더위의 끝자락,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이 연주하는 가을소리
빠르게 지나치면 결코 만날 수 없는 것들~
여름의 끝을 알리는 들길에 나온 가을꽃들이 옷자락을 붙잡는다.
보이는 만큼 담아보자, 기분 좋은 웃음은 덤이다.
안덕면 감산마을은 한라산 서남부지역에 위치한
동남쪽으로 군산과 서쪽으로 산방산, 남쪽으로 월라봉이 있는 자연생태우수마을로
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창고천 하류에 형성된 계곡미를
느낄 수 있는 안덕계곡을 끼고 있다.
창고천은 고래소, 보막은소(도막은소), 도깨비빌레를
휘감아 돌아 굽이굽이 꺾이면서 거칠게 내려오는 황개천에 이르고,
황개천(황개창)은 안덕계곡의 하류 계곡으로 동쪽은 감산리, 서쪽은 화순리이다.
황개천의 지명 유래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조간대여서
'가끔 누런 물개가 나타났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휘어져 더 아름다운 '안덕계곡'
불가능을 넘어선 김광종의 '농수로'
좋은 물을 얻기 위해 추사 김정희가 다녔을 제주 유배길 '사색의 길'
한라산 남서쪽 사면 삼형제오름 일대에서 발원하여
안덕계곡으로 유입된 물줄기가 굽이굽이 꺾이면서 거칠게 내려오는 '황개천'
안덕계곡을 품은 창고천의 숨은 속살까지 보막은소 전망대를 시작으로
창고천 따라 안덕계곡까지 생태 길을 걸어본다.
창고천 따라 걷는 계곡 트래킹
하늘을 가리는 오래된 나무는 여전히 그늘을 만들어주고,
봄과 여름, 녹색의 푸르름은 색을 달리하며 걷기를 멈추게 하고,
계곡의 물소리 들으며 걷는 길은 기쁨도 배가 된다.
황개천 상류 '오리소' 하류에 위치해 있는 보막은소는
물의 입구를 막았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불가능을 넘어선 사람 '김광종'
김광종은 한경면 저지리 출신으로
조선 후기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일대의 수로 개척자로
조선 1832년(순조 32년)~1841년(헌종 7년)에 이르는 만 10여 년에 걸쳐
오직 자신의 사재만을 이용하여 황개천 바위를 뚫고
화순 마을의 넓은 들에 물을 끌어올 수 있게 수로를 개척하였다.
비석의 전면에는
산을 뚫고 물을 끌어, 한서(한라산 서쪽) 지방에 논을 개척하였으며
이에 필요한 많은 비용을 오직 자신의 재산을 바쳐 후세 사람들에게 유족하게 하였다.
이제 우리도 향 그로운 쌀밥을 먹고 있으니
이게 모두 김광종 공의 덕을 입은 것이다.
그 공로가 소부 소신신(召信臣)의 선정과 비길만하므로
이에 전조(田祖)로 모셔 해마다 기도드린다.
개끄리민소는 화순리 황개천 중류의 쇠머리 동산 절벽 아래에 있는
그 깊이가 매우 깊은 곳으로 소(沼)의 동단은 암벽 아래를 깊숙이 밀고 들어가 있다.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동굴형 돌개구멍이 보인다.
긴 능선을 이룬 야트막한 지형이라는 의미에서 진모르 동산이라고 부른다.
아래쪽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바위를 정으로 뚫어 만든 수로가 있다.
세월을 낚아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
'도막은소' 동북쪽 절벽에 웅장한 바위 셋이 서 있는데
바위 옆모습이 마치 장군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월라봉(다래오름)은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에 위치한
표고 200.7m, 비고 101m로 말굽형을 지닌 복합형 화산체이다.
오름 모양새가 마치 달이 떠오르는 것과 같다고 해서 월라봉(月羅峰),
오름에 다래나무가 많이 자생해서 다래오름이라 불린다.
남동쪽으로 대평리, 서쪽으로 화순리, 북쪽으로 감산리의 경계를 이루고 있고,
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창고천 하류에 형성된 계곡미를 느낄 수 있는 안덕계곡을 끼고 있다.
오름 남동쪽으로 두 갈래의 깊숙한 골짜기는 대평리 포구 쪽으로 패어 있고,
다른 하나는 박수기정으로 이어진다.
숲길 가장자리에는 봄과 여름날의 흔적
무환자나무, 산유자나무, 탱자나무, 천선과나무, 후추등, 왕모람 등이 결실을 맺고
솔방울 모양의 날렵한 열매를 맺은 굴피나무가 유난히 돋보인다.
향기로운 내음으로 코를 자극하는 가을꽃 보리밥나무도 꽃잎을 열었다.
제주올레 9코스이기도 한 생태 길에는
칡과 사위질빵 등 덩굴식물들이 얼기설기 뒤엉켜 어수선하고
생태연못에는 넓은 잎사귀가 아름다운 물칸나가
시원스레 꽃줄기를 뻗어 올려 청량제가 되어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파란 하늘과 솔빛바다의 어울림
마을의 수호신처럼 위풍당당 용암돔 '산방산'
산방산으로 도망간 산방덕이가 돌이 되고
산방굴 천정에서 떨어지는 약수가 '산방덕이'의 눈물이 되었다는
산방산 여신(산방덕이)과 고승과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형제섬~송악산~산방산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곳은 안덕계곡 하류에 위치한 S계곡이 끝나는 장소로
마지막 식수가 용출하는 곳이다.
오랜 옛날 서쪽 절벽이 높이 있다가 차츰 무너지면서 생겨났다.
탐라시대 후기 제주도의 야외 정착 주거지 외에
화산지형으로 만들어진 소위 '엉덕'과 동굴이 당대 주민의 주거지역으로
육지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주거형태이다.
계곡의 습한 곳에는 '나도생강'이 자람 터를 넓혀간다.
안덕계곡은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마을 앞 계곡으로
천연기념물 제377호 안덕계곡 상록수림 지대로 지정, 보호하고 있고
감산천계곡, 창고천계곡이라고도 부른다.
조면암으로 형성된 계곡의 양쪽으로 고색창연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평평한 암반 바닥에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멋스러운 운치를 자아낸다.
계곡 양쪽 기슭에 상록수림 등이 울창한 고목림을 이루고
300여 종의 식물과 하층식물인 양치식물이 서식하고
희귀 식물인 담팔수, 제주상사화, 나도생강 등이 자생하고 있다.
군데군데 있는 동굴들은 선사시대의 삶의 터전으로 알맞았을 것으로 보인다.
안내글에는 구전에 의하면 고려조 목종 10년에
하늘이 울고 땅이 진동하면서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끼더니
이레만에 '군산'이 솟아오르고 이 일대에서는 계곡이 패었다고 전해진다.
휘어져서 더 아름다운 '안덕계곡'
계곡을 빠져나오니 가을로 가는 예쁜 산책로가 또 다른 길로 안내하고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은 한결 다른 결을 가지고 짧은 가을을 반길 준비를 서두른다.
길을 걷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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