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동산을 품은 선흘리(2014.9.25. 수)
보통의 아침, 행복 가득 채우는 시간
착한 기상이 산과 같이 높게 뻗어 나아가라는 뜻의 '선흘리(善屹里)'
숲과 마을의 소통길 선흘로의 여행을 떠나본다.
선흘리 본동 동쪽의 마을 안에 있는 불칸낭(후박나무)은
'불에 타버린 나무'라는 뜻으로
설촌 당시부터 심어져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노거수다.
높이 20m에 달하는 상록활엽수로 수령은 5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계절 싱그러운 초록의 후박나무이지만 가까이 보면 상처투성이 아픔을 간직한 나무다.
중산간마을이 초토화작전으로 인해 마을이 불타고 나무도 불탔지만
이 불칸낭은 생명의 절반을 안고 살아간다.
여느 마을과 달리 팽나무가 아닌 후박나무라 더 애틋하다.
소박하지만 돌담 위로 호박이 주는 넉넉함
마을길에는 봄과 여름의 흔적들, 가을꽃들이 수줍게 인사를 한다.
요란 떨던 더위도 떠날 때를 알고 문득 가을이 스며들었다.
람사르마을 '선흘 1리'는
중산간 지역 3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진 마을로
한라산 중심으로 동북방향 중산간에 위치한 중산간마을이다.
선흘의 '흘'은 깊은 숲을 의미하며 제주의 원시림 선흘곶자왈 동백동산이 위치한 마을이다.
감귤, 키위, 콩, 메밀 등이 생산되고, 용암동굴, 4.3 유적지,
제주백서향, 변산일엽 군락지가 도 기념물 제10호 및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세계 지질공원 대표 명소로 유명하다.
다양한 생태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어
2013년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선흘마을은 람사르마을 시범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주민들은 습지보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생태관광에 참여하고 있다.
이곳은 100여 년 전에 자리한 곳으로
포제는 전 마을 주민이 지내는 대제이며 천제이다.
제 신위는 포신지령(脯神之靈)은 상단, 토신지위(土神之位)는 하단에 모시고 있다.
용암대지 위에 뿌리를 내린 숲 '선흘곶자왈 속의 동백동산'
숲으로 들어서자 아직까지는 습한 기운이 느껴진다.
동백나무가 많다고 하여 붙여진 선흘곶의 한 부분인 동백동산은
평탄하고 넓은 면적의 천연 상록활엽수림 지역으로
제주도의 4개 지역의 곶자왈 중 조천~함덕 곶자왈의 선흘곶자왈에 해당하는 곳으로
크고 작은 용암 덩어리와 나무, 덩굴식물이 뒤엉켜 숲을 이루는 곶자왈이다.
동백동산에서 '제주고사리삼' 서식지가 발견되었다.
제주고사리삼은 세계에서 제주도에만 자라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로
낮은 지대의 습지에서 자라는 양치식물이다.
동백동산의 먼물깍습지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의미의 '먼물'과
끄트머리라는 의미의 '깍'에서 먼물깍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동백동산의 먼물깍 습지는 지하수 함양률이 높고 암반 위의 습지가 형성된 산림습지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곶자왈 지역으로 인정되어 2011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
생활용수나 가축 음용수로 이용하던 이곳은
물을 잘 통과시키지 않는 넓은 용암대지의 오목한 부분에 빗물이 채워져 만들어진 습지라고 한다.
습지에 사는 식물은 송이고랭이, 올방개, 참통발, 고마리, 남흑삼릉, 마름,
순채, 청비녀골풀, 좁은잎미꾸리낚시 등을 볼 수 있는데
'순채'와 더불어 초록세상을 만들었던 먼물깍에는
빨갛게 물들어가는 '참빗살나무'와 군락을 이룬 '석위'가 반긴다.
제주의 람사르 습지는 물영아리 습지, 1100 습지, 물장오리 습지, 먼물깍 습지,
숨은물뱅디 습지, 5곳이 지정되어 있다.
수생식물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먼물깍 습지
아름다움 속에 감추고 있는 식충식물 '참통발'
물의 요정 '어리연꽃'의 수중발레
이름은 별로지만 청초한 모습 '사마귀풀'의 눈부심에 시선이 멈춘다.
곶자왈 깊숙한 곳으로 들어 갈수록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들이 많이 보인다.
동백동산 곶자왈의 크고 작은 암석 사이, 함몰지 등 곶자왈만의 갖는 독특한 환경조건은
석위를 비롯해 도깨비고비, 큰봉의꼬리, 더부살이고사리, 관중, 콩짜개덩굴 등과
활엽수림 아래에는 가는쇠고사리가 군락을 이루고
늦게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동백동산 버섯들은
여러 모양, 아름다운 색깔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백나무가 많다고 하여 붙여진 선흘곶의 한 부분인 동백동산은
크고 작은 용암 덩어리와 나무, 덩굴식물이 뒤엉켜 숲을 이루는 곶자왈이다.
척박한 땅이라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돌과 뒤엉켜 뿌리가 판자 모양처럼 납작하게 땅 위로 돌출되어
생명의 끈질김을 일깨워준다.
용암언덕은 흐르는 용암의 앞부분이 굳어지면서
가운데 부분이 빵껍질처럼 부풀어 올라 만들어진 지형이다.
상돌언덕은 용암언덕(투뮬러스)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보이는 곳으로
주민들이 올라가 숲 주변을 조망했던 곳이라 한다.
숯막은 숯을 굽는 곳에 지은 움막을 말하는데
동백동산 숲 곳곳에는 다양한 형태의 숯막 터가 남아 있다.
삶의 터전으로 살았던 동백동산은
마을 주민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동백동산 람사르습지는
선흘곶을 흐른 용암이 파호이호이 용암으로
기저에 물이 고일 수 있는 판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먼물깍을 포함해서 혹통, 새물, 새로판물, 봉근물, 구덕물 등 수십 개의 습지가 있어
동백동산 전체가 커다란 습지인 셈이다.
선흘곶자왈 내의 경작지는 산전과 강못으로 구분하는데
산전은 보리, 조, 산듸 등을 재배하고 강못은 주로 벼를 재배하기 위해
습지를 선택해서 조성했다고 한다.
'동백동산으로 대표되는 울창한 산림지대 선흘곶자왈'
독특한 제주도의 화산지형이자 생태계의 보고 동백동산을 품은 선흘곶은
암석들이 불규칙하게 널려 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독특하고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서식하는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용암이 굳어 깨진 돌무더기 요철 지형에 보온·보습효과가 높아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한반도에서 가장 넓은 평지의 난대상록활엽수의 천연림이다.
울창한 숲과 크고 작은 습지들이 잘 보존되어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 다양한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동백나무를 비롯하여 도토리열매를 맺는 참나무(늘푸른나무) 종류로
종가시나무, 참가시나무, 개가시나무, 붉가시나무와
조록나무, 육박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녹나무, 구실잣밤나무, 생달나무, 참식나무,
사스레피나무, 새덕이 등 난대성 상록수가 푸른 숲을 만들어 주고
참빗살나무, 때죽나무, 팥배나무, 예덕나무, 단풍나무, 말오줌때, 까마귀베개 등 낙엽활엽수,
숲 아래에는 호자나무, 제주백서향, 백량금, 자금우,된장풀,
남오미자, 멀꿀, 마삭줄 등이 자라고 있다.
4·3 사건 당시 피신했던 흔적과
유품들이 발견된 유적동굴로 보존관리하는 동굴이라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글이 보인다.
도틀굴 외에도 대섭이굴, 목시물굴, 벤뱅듸굴 등 난대림 속에 산재한 자연동굴은
소개령이 내려졌을 때 숨기에 알맞은 은신처가 되었다.
세월 속에 묻혀 있는 줄 알지만 뼛속 깊숙이 박혀
아물지 않는 선흘의 아픈 상처를 보며 걸었던 마을길...
하지만 용암대지 위에 뿌리를 내린 숲 '선흘곶자왈 속의 동백동산'은
마을이 지킨 국내 최대 상록수림으로
원시 숨소리가 느껴지는 생명이 시작되는 자연이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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