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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야생화정원 '원물오름'

by 고니62 2024. 11. 1.

야생화정원 '원물오름'(2024.10.25. 금)

 

여름이 떠난 자리 

바람에 파도타기 하듯 억새의 은빛물결, 

그리고 한라꽃향유가 온통 자줏빛으로 물들였을 야생화언덕을 떠올리며 

듣기만 해도 설레는 가을을 만나러 가본다.

 

[억새]

기슭으로 이어진 원물오름과 감낭오름 

두 오름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안덕충혼묘지에 주차를 하고 

소와 말들이 내어준 오름길을 따라 가을로 들어간다.

 

[원물]

원물오름(院水岳)의 명칭은 남녘 기슭에 있는 샘에 연유한다.

예전에 이곳에 습지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고 파 보았더니 맑은 물이 솟아 나왔다.

이 샘물은 생수가 없는 인근 주민의 생명수와도 같은 것이었다.

조선시대에 동광리 입구에 

원(院 : 출장하는 관원들을 위해 두었던 국영의 숙식시설)이 있었음에 연유해 

이곳의 샘물을 '원물'이라 했고, 

대정 원님이 제주목을 다녀오다 오름 입구에 있는 물을 마셔 갈증을 해소했다고 해서 원물, 

원나라가 목장을 설치하여 그 물을 이용하였다고 하여 

'원수(元水)'라고도 전해진다.

 

[원물오름]

원물오름은 안덕면 동광리에 위치한 

표고 458.5m, 비고 98m로 말굽형(서쪽)을 하고 있는 동서로 길게 야트막한 오름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소요된다.

 

[왕도깨비가지]

오름 초입에는 외래식물들이 터를 넓혀간다.

색 바랜 '큰도꼬마리'와 무시무시한 가시로 위협하는 '왕도깨비가지' 

왕성한 모습은 무서운 속도로 오름을 뒤덮을 듯 하다.

소름 끼치는 가시의 위력을 몰랐던 마소들도 

지금은 식물 근처에 얼씬하지 않고 뒷걸음치며 도망칠 기세다.

그래서 이 녀석들은 급속도로 번지면서 

점점 목장지대를 잠식하며 작물수량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왕도깨비가지]

왕도깨비가지는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남아메리카 원산이지만 제주도에 이입시기는 확실하지 않다.

서쪽 목장 주변에서 발견되었던 왕도깨비가지는 

들판과 오름 기슭까지 터를 넓혀간다.

생태계교란 위해식물로 도깨비가지와 비슷하지만 

잎과 열매가 모두 커서 '왕도깨비가지'라 부른다.

직립하거나 위로 비스듬히 자라는 줄기에는 불규칙하게 날카로운 가시가 박혀 있고, 

잎맥상에도 날카로운 가시와 잎 표면과 가장자리에는 털이 밀생한다.

구슬처럼 생긴 구형의 열매는 새끼 수박처럼 

처음에는 녹색에 하얀 얼룩무늬가 있지만 성숙해 가면서 노란색으로 익어간다.

잎이 다 떨어진 후에도 줄기에 열매가 오랫동안 달려 있다.

 

[왕도깨비가지]

원물오름 기슭에 언제 터를 잡았을까?

땅에 떨어지면 또르륵 소리를 내며 굴러갈 것 같은 아름다운 빛깔 노란 구슬 

멀리서 보는 아름다움에 다가가는 순간 무시무시한 가시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360도 전망대 오름 정상 

자그마한 언덕, 부드러운 곡선은 정상까지 이어지고 

정상에 서면 동서남북 사방이 탁 트인 모습에 가슴이 후련해진다.

야트막한 야산처럼 보이는 오름이지만

별천지가 여기인 듯 정상에서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한라산 치맛자락을 타고 내려온 겹겹이 이어지는 오름군락 

산방산 뒤로 군산~월라봉~형제섬~단산으로 이어지는 파노라마는 

감춰두었던 아름다운 명장면을 연출한다.

예전에 제주로 가려면 모두 이 산간지대로 다녔는데 

동광 육거리는 제주, 한림, 대정, 서귀포 방면으로 사통팔달의 교통의 요지이다.

동광검문소를 중심으로 사통팔달(四通八達)의 모습이 확인된다.

 

 

사방으로 보이는 모든 움직임은 뚜렷하기만 하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솟아오른 봉우리와 변화무쌍한 광야 

산방산 너머 바다 위에 외로이 떠 있는 마라도와 가파도의 아련함 

서부 중산간 지역의 대표 오름이랄까?

북쪽으로 금오름~정물오름~당오름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은 

사이좋은 삼 형제처럼 다정다감하게 다가온다.

북쪽 봉우리에는 넓은 바위들이 박혀있는데 

바위 아래는 비와 바람을 피하기에 꽤 넓은 공간이다.

 

[한라꽃향유]

등성이마다 보였던 말똥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가을꽃들은 무성하게 자란 풀 속에서 겨우 얼굴을 내밀며 숨바꼭질한다.

가을향기와 화려한 자줏빛카펫을 깔아놓은 듯 오름을 뒤덮었던 '한라꽃향유' 

점점 세력을 좁히며 예전의 아름다웠던 야생화정원은 마침표를 찍는다.

바람코지라 바람이 머무는 까닭일까?

키 작은 들꽃들의 움직임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미역취]
[미역취]
[딱지꽃]
[산부추]
[오이풀]
[나비나물]
[산박하]
[송장풀]
[층층이꽃]
[바늘엉겅퀴]
[층층잔대]
[선이질풀]
[이질풀]


자그마한 언덕들은 정상을 향해 

남북의 두 등성이를 이뤄 서쪽으로 펑퍼짐한 말굽형 굼부리를 이루고 

오름 대부분은 초지로 덮여 남북의 두 봉우리 사이의 풀밭은 무성하게 자랐다.

삼나무와 소나무, 자연림이 자라고 있지만 

민틋한 등성이에는 부드러운 잔디가 자라고 있다.

 

[무성하게 자란 풀]

원물오름과 감낭오름은

멀리서 보면 두 오름이 길게 가로누운 형체를 띠고 있는데

감낭오름이 동북쪽 기슭자락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감낭오름은 표고 439.8m, 비고 45m로

오름사면은 완만하고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다.

북동향의 말굽형 굼부리가 있지만 많이 침식되어 있고

화구 쪽 사면은 풀밭을 이루고 그 외 사면은 삼나무 등이 조림되어 있다.

정상에는 이름 모를 묘와 잡목들이 자라고 있다.

 

[감낭오름에서 바라본 원물오름]

원물오름에 밀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던 감낭오름 

원물오름과 나란히 이어지지만 별개의 오름이다.

예전에 오름 주변에 감나무가 있었음에 연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소와 말들이 다니면서 내어준 오름길에는 

온통 자줏빛으로 물들었던 야생화언덕 

이곳 역시 훌쩍 자란 풀 때문에 한라꽃향유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땅 위 아름다운 자주 별 '자주쓴풀'이 풍성하게 피어 

가을을 더 가을답게 만들었던 오름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는 이제 막 봉오리를 터트리는 까꿍! 자주쓴풀 

겸손한 자세로, 더 낮은 자세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문다.

 

 

[자주쓴풀]
[개쑥부쟁이]

 

죽어서도 오름과 함께하는 제주 사람들 

오름 정상과 기슭에 산담 안으로 달걀을 얹어놓은 듯 

깔끔하게 정리된 묘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감낭오름은 점점 멀어지고 
소와 말들이 다니면서 내어준 오름길에는  

봄과 여름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들꽃들은 흔적을 남기고 

무성하게 자란 억새 사이에서 잠시 헤매었다.

 

[여우콩]
[새박]
[새박]
[수크령]
[산방산]

산책로 주변으로 나무와 무성하게 자란 풀들로 

자칫 길찾기에 한참을 애먹을 듯 하다.

오를 때 보지 못했던 산방산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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