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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비밀의 숲 '거린악'

by 고니62 2015. 7. 22.

비밀의 숲 '거린악'(2015.7.21.화)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거린악은

두개의 화산체가 붙어 있어 하나로 보이지만

큰거린악과 족은거린악이 서로 갈라져 있는 오름입니다.

큰거린악(해발 532.7m)과 족은거린악(해발493.2m)은

네개의 봉우리와 두 개의 굼부리가 등을 맞대어 있는 말굽형 형태입니다.

하나의 오름이 네 갈래로 갈라져 있다고 해서 제주어 '거리다', '갈리다'의

'거린'에 큰산을 의미하는 '악'이 보태져서 '거린악'이라 합니다.

 

한라산과는 떨어져 있는 곳이긴 하지만

바로 옆 서중천을 끼고 있어서 높은 산, 깊은 계곡

아무도 찾을 수 없게 꼭꼭 숨어버린 오름은

영험함과 신비감이 감도는 한폭의 산수화를 품은 곳입니다. 

 

 

궂은 날씨로 미루어진 거린악산행을 드디어 하게 된 날~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일기예보를 확인해보고 오후부터 내린다는 장맛비에 조금은 불안하게 출발하지만

막상 숲속은 장마철의 후덥지근한 날씨로 등줄기에는 땀방울이 주룩주룩...

 

오름 들머리라고 특별한 이정표가 없어 서성로 따라

옷귀마테마타운 오른쪽 농로를 따라가다보면 삼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선 곳

적당한 위치에서 출발을 합니다.

 

 

들머리부터 울창한 밀림에 와 있는 듯 압도하는

상록과 낙엽의 활엽수림대의 진초록은 한여름의 더위를 씻어주는 듯 하지만 

숲이 주는 위압감에 고개가 저절로 떨구어집니다.

 

[박쥐나무]


 

 

 

 

 

 

 

 

 

 

 

 

 

 [거북바위]

 

장수 거북이의 형상을 한 화산체는

 세월이란 시간과 함께 거북바위 모습도 많이 달라져 보입니다.

사람들 발길이 닿으면서 거북이의 머리와 다리에 하나, 둘씩 놓여진 작은 화산체들은

영험한 거북이의 완성체가 되어

이 곳 거린악을 지켜주고 있는 듯 합니다.

  

 

 

 

 

 [한라돌쩌귀]


 [소엽맥문동]


 [나도은조롱]


 [파리풀]


 [뱁톱]


 [노루발(풀)]


[옥잠난초]


 

윈시림을 방불케하는 울창한 숲속은

빨간 리본으로 길을 알려 주지만 자칫 방향을 틀어버리면 길을 잃기가 쉬워

일행들과 떨어지면 절대 안 될 교훈을 다시금 새겨봅니다.

정상이라고 하지만 나무가 우거져 시원스런 조망을 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네요.

 

 

봄에 낙엽되어 떨어진 상록수들의 잎들은 

신한 길을 내어주어 내 등산화를 편하게 해 줍니다.

 

 

 

 

 

 

 

[서중천 계곡]

 

한남리 일대는 머체왓 숲길~서중천~내창 생태길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계곡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생태길입니다.

 

깊은 계곡의 비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잠시 숨소리를 죽이며 바라보지만 이내 탄성이 터져나옵니다.

맑은 물에 비친 반영도 아름답지만 바위 한쪽에 위태하게 자리잡은 '백리향'의 고운 향기는

이내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선녀가 멱을 감았을만한 '소'는 누군가 적셔주기를 기다리는 듯 합니다.

 

[백리향]


[부처손]


[숨골]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새어 나오는 곳~

암석들 틈새로 바람이 나오는 곳을 풍혈이라 하는데 큰 구멍이 보입니다.

 

[오소리 굴]

 

오소리는 울창한 하천변이나 오름 경사면에 굴을 이용하여

잘 무너지지 않고 배수가 잘 된 곳을 서식지로 이용하는 나름대로의 전략을 세웠습니다.

영특한 녀석이지요.

 

 

 

[저에게 이름을 달아주세요.]

 

하양, 노랑, 초록, 빨강, 검정...

7월(장마철) 숲 속은 버섯들의 세상입니다.

어떤 색으로도 표현되지 않는 곱고 아름다운 빛깔이지만 대부분 독버섯이랍니다.

아름다움에 속지 마세요~

 

 

 [잣성]

 

이름모를 테우리들이 말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수없이 넘나들었을 잣성~

이 곳은 서중천이 가까이 있어서 잣성을 쌓은 돌들의 생김새도 다양합니다.

중산간을 비롯해 한라산 중턱까지 잣성의 흔적이 보입니다.

 

 

원시림을 빠져나오니 출발했던 곳으로 나옵니다.

분명 길이 있었지만 막상 숲 속을 빠져나오니 내가 올랐던 길이 맞은지 헷갈립니다.

 

정글에 와 있는 듯 숲에는 동백나무, 조록나무, 새덕이, 참나무류 등과 같은 상록수와

박쥐나무, 누리장나무, 사람주나무, 때죽나무와 같은 낙엽수들이

변화무쌍한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고

서중천의 깊은 계곡은 신선이 잠시 쉬어가도록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보물들로 가득찬 영험함을 간직한 곳이었습니다.

 

 수피가 하얀 동백나무 아래로 고개를 내민 옥잠난초와 새우난초

잔잔하게 파고드는 산 속의 수려한 깊이 있는 계곡  

능선 아래로 비스듬히 서 있는 나무 하나하나에 작은바람이 스치면

조용한 숲 속은 잠에서 깨어나 싱그러운 초록아침을 맞이합니다.

 

 

 

 

갑작스레 나타난 농로 두 갈래 길에서 우회전을 하라는 말에

직진하다 우회전할려니 자동차 야개기(고개)가 꺽어질뻔 했다는

정감가는 사투리에 모두들 정신없이 웃다가

정작 내 차가 야개기가 꺽어질 뻔 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