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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바람의 언덕 '수월봉'

by 고니62 2015. 8. 10.

바람의 언덕 '수월봉(水月峰)'(2015.8.8.토)

 

한경면 고산리에 위치한 수월봉은

다른 이름으로 '녹고물오름'이라고도 합니다.

높이가  77m의 작은 언덕형태의 나즈막한 오름으로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낙조가 아름다운 바람의 언덕'을 떠올립니다.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바람의 언덕 '수월봉'은

제주도의 무수한 오름 중 하나이지만 해안절벽을 따라 드러난 화산쇄설암 층에서

다양한 화산 퇴적구조가 관찰되어 화산학 연구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약 18,000년전 지하에서 상승하던 마그마가 물을 만나

강력하게 폭발하여 뿜어져 나온 화산재들이 쌓이면서 형성된 응회환의 일부라는

표지판 설명이 있습니다.

 

 

 

제주에는 태풍센터를 비롯해 제주지방기상청, 고산기상대, 성산기상대, 서귀포기상대

가 있어 제주의 기상업무를 담당하고 각종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네요..

고산기상대의 4층(기상사진전)과 5층(전망대)은

개방하고 있어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부지역의 광활한 평야와 해안절벽, 바다풍경을 보는 재미에 빠져봐도 좋을 듯 하네요.

 

 

 

 

 

 

 

 

 

 

 

[수월정]

 

바다위에 누워 있는 차귀도, 죽도, 눈섬 그리고 당산봉 너머로

신창, 용수 해안도로 풍력발전단지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광활한 고산의 평야가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오지만

운무가 끼어 산방산과 한라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아쉽기만 합니다.

날씨가 맑은 날은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수월봉 정상 '수월정'에서 바라보는 드넓게 펼쳐지는 고산평야, 해안절경과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는 가슴을 탁트이게 만들어줍니다.

 

 

 

 

 

 

 

 

 

 

 

 깍아지른 듯한 수월봉 해안절벽은 동쪽으로 2km까지 이어집니다.

이 해안절벽은 '엉알'이라 부르는데 벼랑 곳곳에는 샘물이 솟아 올라

'녹고물'이라는 약수터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옛날 수월이와 녹고라는 남매가 홀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수월봉에 오갈피라는 약초을 캐러왔다가

여동생인 수월리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자

녹고는 슬픔을 못이겨 17일 동안 울었다고 합니다.

이 녹고의 눈물이 곧 녹고물이라 전합니다.

 

 

해가 점점 바다로 떨어집니다.

'우도가 안 보인다'

는 아이의 질문에

이 곳에서는 우도가 아니라 차귀도가 보인다며

제주의 동쪽과 서쪽..

성산과 수월봉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는 아버지..

관광객인듯 한데 부자의 다정한 모습이 눈물나게 아름답습니다.

 

 

 

 

 

 

 

 

 

 

[해넘이]

 

아들과 함께 찾은 수월봉은 해가 아직은 높이 떠있습니다.

오늘처럼 운무 낀 날에는 낙조의 아름다운 모습은 볼 수 없다고 경험담을 얘기합니다.

저 배는 3톤, 저 배는 족히 5톤은 된다며

땅끝마을에서 병역을 마친터라 오늘같은 날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어선때문에

구별이 어려워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해가 떨어질때까지 기다려봅니다.

해는 잠시 구름에 가리워지더니 고개를 살짝 내밀고는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바다속으로 풍덩 빠지는 해를 상상하는 동안

바다 위에 떠 있는 밤배에 반짝거리는 불빛이 보입니다.

금새 어둠이 내리고...

 

 

 

제주인이지만 제주를 가까이서 볼 수 없었던 아들과

해안도로와 중산간도로를 따라 수월봉까지

꽤 먼거리를 가는 동안 아들은 걱정스러운가 봅니다.

길을 알고 가는지 자꾸 물어봅니다.

익숙한 동쪽 마을이지만 서툰 서쪽마을을

아들과 함께 가까이 볼 수 있어서 하루가 뿌듯합니다.

 

해질 무렵의 수월봉은 아들에게도 군대생활했던 자신의 모습이 보였었나 봅니다.

어두운 길을 따라 나서 준 아들이 꽤 멋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