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바리메~족은바리메오름(2015.9.11.금)
애월읍 어음리에 위치한 큰바리메는
표고 763.4m로 원형의 산정분화구이다.
산 정상 분화구(굼부리) 모양이
바리때(절에서 쓰는 승려의 공양그릇)와 비슷하다 하여
'바리 + 메(山)'라고 불러왔다.
걸어서 2분 거리에 위치한 작은바리메에 견주어서
큰바리메 혹은 발이오름, 鉢(발: 바리)山이라 한다.
정상까지는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2015년~
큰바리메를 몇번이나 지나쳤는지...
자동차에 올라타면 쌩~하니 지나쳐버리고...
정말 아쉬움이 많았던 큰바리메를 올해가 가기전에
꼭지점을 찍고 오리라~
간절히 원하면 소원은 이루어진다.
오름 들머리에는 하늘을 향해 활짝 핀 하얀빛깔 '참으아리'가 반갑게 맞아준다.
오래전 다녀간 기억으로는 정글 숲을 지나면
사방이 확트인 굼부리가 보이고 또 다시 밀림 속으로...
오름을 내려올때쯤 만나게 되는 늘푸른 소나무군락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는데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궁금해서
빨리 출발해 볼까요~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
헉헉! 소리가 나올때쯤 어두운 숲길을 밝히는 예쁜 요정이 내 눈에 들어온다.
아직은 활짝 꽃을 피우지 못하고 줄줄이 사탕 봉오리만 달고 있는
녹색의 커다란 잎을 가진 '개승마'..
두 갈래길이 나오면 늘 헷갈린다.
이쪽, 저쪽...
일행들은 오른쪽길을 선택했네요..
정글 숲을 빠져나오니 탁 트인 사방이 나온다.
파란 가을하늘 사이로 붉게 피어나는 억새의 작은 움직임은
가슴을 울렁이게 하고
잠시 쉬어가라고 의자도 놓여 있다.
바리메을 중심으로 어도오름~과오름~고내봉~수산봉까지
이어지는 오름군 너머로 시원하게 펄쳐지는 바다는
가슴을 확 트이게 만들어준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한라산 부악(백록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지의 광활함은
보는 이들에게 탄성을 지르게 하고
내일은 한라산 정상에 꼭지점을 찍어야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한라산은 어느 곳에서 보아도 백록담을 향하도록 자극한다.
제주의 아름다운 가을은 억새 사이로 보이는 한라산의 아름다운 능선이다.
[원형의 굼부리]
다래오름~폭낭오름~괴오름~북돌아진오름으로 이어지는 오름군들~
멀리 산방산까지 서부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막 피어나는 붉은 억새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두 눈을 감고 잠시 서서 억새에 스치는 바람소리와 가을내음을 맡아 본다.
한라산의 고사한 구상나무 군락지처럼
이곳에는 고사한 소나무군락지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
예전과 너무 많이 달라져버린 큰바리메의 모습을 보면서
내려오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개승마]
[진범]
[쥐깨풀]
[당잔대]
[나비나물]
[산박하]
[추분취]
[노랑개자리]
[고사리삼]
[가막살나무 충영]
가막살나무가 참으로 희한합니다.
나무의 빨간 열매는 사라져버리고 온통 털옷을 입은 충영으로
다닥다닥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오름을 내려오니 풀밭에는 키 작은 풀꽃들이 자기도 봐 달라고 조른다.
[애기주름조개풀]
[이삭여뀌]
[쥐꼬리망초]
잠시 정자에서 간식과 커피를 마시며 족은바리메 오를 생각에 신이 났다.
정상까지는 20분 정도면 오를 수 있지만
큰바리메와는 달리 족은바리메는 산세가 무척 거칠다.
표고 725.8m의 말굽형 형태를 한 오름으로 깊숙한 골을 이루고
소나무를 비롯해 자연림으로 오름 전체를 뒤덮고 있다.
동서로 가로 누운 길고 부드러운 산등성이는
빨리 올라오라고 손짓을 보낸다.
산책로가 아름다운 족은바리메는
초여름 다섯 갈래의 때죽나무 꽃잎이 바닥에 떨어져 꽃길을 만들어주더니
9월~
아름다운 물봉선이 가을길을 내어주고 상큼한 숲내음이 벌써 코를 자극한다.
이 곳도 두 갈래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오르면 가파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주저하지 않고 데크따라 난 산책로를 따라간다.
족은바리메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능선과
광활한 대지의 모습도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하다.
[방울꽃]
[참여로]
[으름]
[다래]
[까마귀베개]
[참빗살나무]
느티나무가 거대한 암석에 뿌리를 내리고
족은바리메와 함께 친구가 되어 오랜세월 이 곳을 지켜준다.
족은바리메를 내려와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한층 높아진 가을하늘은 몸도 마음도 내 생각도 살찌우게 한다.
현수막으로 '바리메오름' 표지석을 가린 모습과
큰바리메를 가로지르는 무언?의 검은줄은
옥의 티랄까?
자연모습 그대로 놔 달라고 아우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아름다운 꽃을 피웠던 봄과 여름이 지나 가을이 성큼 다가 왔다.
들길을 걷다가 혹은 오름을 오르다 만나는 눈과 입을 자극하는 자연의 선물~
임하부인 '으름'은 쫙 벌어진 채로, 딱딱했던 다래는 먹음직스럽게 말랑거린다.
새들의 도시락을 훔쳐먹는 달콤하고 짜릿한 순간을 맛보며
꼭대기에 달린 열매는 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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