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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의 일상

제주의 초하루 벌초

by 고니62 2015. 9. 14.

제주의 초하루 벌초~(2015.9.13.일)

 

제주만이 갖고 있는 음력 8월 초하루~

지금은 사라진 임시휴일이지만

나의 유년시절에는 '벌초방학'이라고 해서

일가 친척들이 초하루날에 모여 문중벌초를 하는 제주 특유의 풍습이 있었다.

제주를 떠났어도 초하루날이면 바쁜 직장도 휴가를 내어

고향의 묘를 찾아 벌초를 하게 하는 중요성을 알렸다.

제주 사람들에게는 조상의 묘에 벌초의 중요성과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후대까지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하였던 아름다운 풍속이다.

 

자동차 행렬은 끝없이 이어지고

해안동까지 가는 애조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한다.

좁은폭의 농로는 자동차들의 일렬주차로 일방통행이 되어버리고

마주오는 차를 대하면 어이쿠!

상황이 상황인지라 웃음으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마음만이...

그러는 사이에 묘지에 도착했다.

 

 

 

 

 

 

벌초는 무덤의 잡풀을 베고 다듬어서 깨끗이 하는 뜻으로

 일가 친척들이 일정한 날을 정하고 공동묘지에 모인다.

일년만에 찾은 묘지는 잡초가 내 키만큼 자라 

선뜻 앞장서 들어가기는...

 

북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과 맞닿은 추자도의 모습과

도두봉을 중심으로 내려다 보이는 제주시내~

남쪽으로는 우뚝 선 한라산도 선명하게 보인다.

명당 중의 명당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은 묘를 지킨다.

 

정낭에 나무를 내리고 들어서자

제일 먼저 무당벌레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하고 있는

환삼덩굴과 짝이 되어 봐달라고 때쓴다.

 산소에 핀 들꽃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주며

낫과 예초기로 밀어버리기전에 서둘러 담았다.

 

[환삼덩굴]

 

[박주가리]

 

 [며느리밑씻개]

 

 [야고]

 

[비수리]

 

[고삼(도둑놈의지팡이)의 꼬투리]

 

[여우팥 꼬투리]

 

 [마타리]

 

[등골나물]

 

[골등골나물]

 

[벌등골나물]

 

[좀닭의장풀]

 

[층층잔대]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우아한 자태로 '층층잔대'가 뽐낸다.

종소리가 들릴 듯 반할만하다.

 

조용하게 아침을 맞던 공동묘지는

예초기의 '윙~윙'거리는 요란한 소리에

들꽃도, 곤충들에게도 그리고 다른 ?들도 아침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예초기와 낫, 긁갱이 그리고 코팅장갑을 끼면 벌초가 시작된다.

 

 

 

 

 

 

 

 

 

 

 

 

 

 

 

 

 

 

내 키보다 훌쩍 자랐던 억새와 풀들은 순식간에 잘려나가고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이발을 한 묘들은

후손들의 정성껏 깍아준 손길에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벌초를 마치고 정성들여 준비해 온 음식으로 제(묘제)를 지낸다.

할머니와 삼촌, 동서들은

수고한 모두에게 맛있는 늦은 아침겸 점심식사를 준비 중이다.

땀흘린 뒤 먹는 식사와 막걸리 한잔은 꿀맛이다.

 

 

 

 

추석 이전에 벌초를 끝내고 한가위 맞을 준비를 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는 잠잠해졌다.

초하루 문중벌초하는 날은 참석 인원이 많든 적든

가족, 친척들은 반가운 얼굴과 기쁜 마음으로 조상의 묘에 도시락 싸고 가을소풍 가 듯

제주의 아름다운 초하루 벌초 풍속이 이어가길 바라는

나님의 생각이다.

 

 

한층 높아진 파란 가을하늘과

묘를 나오며 바라본 손에 잡힐 듯한 한라산이 들려준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