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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길따라

지는해가 아름다운 '대섬'

by 고니62 2015. 10. 3.

지는해가 아름다운 '대섬'(2015.10.2.금)

 

신촌마을과 조천마을의 경계에 있는 섬~

철새도래지로 잘 알려진 대섬은

새들의 천국이면서 바다의 정원이다.

 

검고 평평한 용암대지를 '빌레'라 부르는데

대섬은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점성이 낮아 넓은 지역으로 퍼지면서 흘러내린 용암류가

 표면만 살짝 굳어져 평평하게 만들어진 지형으로

제주도 내에서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대섬(죽도)을 품고 있는 신촌은 작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다. 

대섬을 두고 신촌과 조천은 오랜 분쟁이 있었지만 신촌에 딸린 섬으로 인정되었다.

어린시절을 바닷가에서 보낸탓에 바다가 그리워지면

한달음에 달려가 놀다 오는 나의 애지중지 보물섬이기도 하다.

 

 

 

 

대섬은 올레 18코스로

바닷물과 민물을 이어주는 작고 앙증맞은 길이 이어진다.

차 한대가 지나가면 다른 한대는 비켜서서 기다리는 여유를 가지는 좁은 길~

바로 옆 대섬 습지는 밀물 때면 바닷물이 대섬 안쪽까지 들어와

먹이가 풍부해 철새들의 보금자리다.

 

 

겨울이면 이 길에는 바닷바람에

무우말랭이를 말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글거리는 10월의 태양 아래

한라산의 아름다운 능선과 가을바람에 제멋대로 춤추는 금강아지풀..

원당봉 바로 아래로 반짝이는 바다물결은 황홀하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혼자 담으려니

너무 벅차 꼼짝 않고 이글거리는 해를 쳐다볼 수 밖에 없다.

 

대섬 표지석에 내 발자국을 남겼으니 올레길 방향으로 내려간다.

해넘이를 보러 올라오시는 분이 계신다.

자전거타고~

 

 

 

 

올레길로 들어서는 길에는

수크령과 훌쩍 자란 억새가 겨우 길을 터준다.

 

 

[갯쑥부쟁이]

 

 [갯개미취]

 

[천문동]

 

[여우콩]

 

 [산박하]

 

[나문재]

 

[갯사상자]

 

[사철쑥]

 

[가는갯는쟁이]

 

[개머루]

 

[노박덩굴]

 

[자귀나무]

 

[돌가시나무]

 

봄과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들꽃들은

모두들 열매를 맺느라 열심인데 이 아이는 나 홀로 피어 있다.

가을꽃들과 길동무되어 가을을 느끼고 싶은가 보다.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길~

저 멀리 조천마을이 보인다.

바닷길 끝에는 18코스의 종착지 조천만세동산이 있지만

돌탑이 있는 곳에서 꼭지점을 찍고 돌아갈 예정이다.

 

 

[돌탑]

 

바다로 나간 어부와 물질을 하는 해녀의 무사안녕을 위한 돌탑

그리고 농산물과 해산물의 풍작을 기원하면서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쌓아 올린 돌탑이다.

 

 

바다는 이글거리는 해를 삼켜버릴 준비를 하고 있다.

커다란 해가 금방이라도 바다로 풍덩 빠질것 같아 가슴이 울렁인다.

 


 

 

 

[우뭇가사리]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난 어르신~

다른 몇 분은 벌써 등짐 가득 메고 돌아가시는데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구덕에 조금만 더 채우고 가시겠다고 하신다.

말린 후 장에 가서 팔거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으시는 모습이

내 어릴적 할머니 모습을 보는 듯 코끝이 찡해온다.

 

"삼춘,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들어가야되쿠다."

"저 앞이 우리집이여~

 걱정말앙 혼디 니 갈길이나 가라"

 

어르신은 일어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말동무를 해드리면 좋겠지만

"조심히 가시라"

고 전하고 해 떨어지기 전에 왔던 길로 발길을 돌린다.

 

 

 

 

 

대섬과 올레길로 가는 갈림길이다.

바다를 등지고 한라산을 바라보며

 내 키보다 훌쩍 자란 은빛물결이 춤추는 억새길을 따라 돌아간다.


 

하늘을 수놓는 붉은 노을은 점점 바다 속으로 빠져든다.

내 마음의 연꽃도 바다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어린시절 추억을 담고 있는 내 고향 바닷가~

잡힐 듯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 너머로 아버지의 꿈을 담은 출렁이는 푸른 바다

한 곳에 우뚝선 부드러운 능선과 어머니의 포근함을 간직한 한라산

나를 있게 해준 부모님이 더없이 그리워지는 하루다.

덤으로 은빛 억새 사이로 펼쳐지는

환상적이고 눈부신 해넘이를 한보따리 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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