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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품격있는 '영아리'

by 고니62 2015. 10. 15.

품격있는 '영아리'(2015.10.13.화)

 

신령스럽다는 영아리오름은 안덕면 상천리에 위치한

표고 693m로 말굽형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용이 누운 형체인 용와이악(龍臥伊岳)에서 영아리로 와전되었다는 설과

신령스런 산으로 풀이하는 설 두가지가 있지만

후자에 비중을 두고 있네요.

한자로는 영아리악(靈阿利岳)이라 합니다.

 

 영아리오름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 길이 있습니다.

광평리를 지나 나인브리지골프장 가장자리 곁의 개울을 가로질러 가는 길,

핀크스골프장 곁의 마보기로 가는 길,

안덕면 위생매립장 곁의 어오름을 가로질러 오를 수 있는

여러가지 길이 있습니다.

정상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지난 여름날에 다녀왔던

광평리 방향 활엽수림대가 골고루 분포된 식생이 다양한 숲길은 뒤로 하고

위생매립장을 지나 삼나무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는 길을 택했습니다.

 

 

등반로에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한라꽃향유'가 반갑게 인사를 하네요.

 

 

많은 오르미들은 이 길을 택하고 다녔는지

오르막길은 붉은 흙에 미끄러질 듯 가파른 길이 이어집니다.

 

 

 

제주의 가을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높은 하늘과 벗삼아

출렁이는 은빛억새의 춤사위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졌네요~

 

[쌍바위]

 

바위 사이를 지나면 금슬좋던 부부도 이혼한다는 기이한 이야기가 들립니다.

간혹 쌍바위 사이를 뚫고 지나는 사람도 있네요.

 

[거석]

 

 

 

봄과 여름날~

거석 위를 아름답게 장식했던 

소박하지만 우아한 자태로 반겨주었던 '제비꽃'과

가느다란 실오라기를 흔들거리며 미소짓던 '자주꿩의다리'

어느새 가을들판을 물들이는 보라빛으로 옷을 갈아 입었네요.

하늘을 향해 웃음짓는 '한라꽃향유'의 밝은 모습은 저절로 미소가 나옵니다.

 

[한라꽃향유]

 

[산부추]

 

[층층이꽃]

 

[자주쓴풀]

 

[한라돌쩌귀]

 

[용담]

 

[물매화]

 

[풀솜대]

 

 [수크령]

 

 [바위채송화]

 

[사위질빵]

 

[때죽나무]

 

[윤노리나무]

 

[청가시덩굴]

 

[콩짜개덩굴]

 

 

 

 

[정상]

 

높고 파란 가을하늘 아래 한라산을 중심으로

 솟아 오른 봉우리들의 변화무쌍한 광야는 가슴을 확 트이게 해줍니다.

영아리를 에워싸고 있는 봉우리들은 영아리의 분신처럼 느껴지고

광활한 광야는 마치 영아리를 수호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또한 습지를 품고 있는 영아리의 신비스러움은

 그 어떤 오름에 뒤지지 않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령스런 산 '영산(靈山)'이라 풀이하는가 봅니다.

 

정상에 위치한 높이 5m의 거석(巨石)과 쌍바위는

영아리가 지니고 있는 품격이랄까?

쌍바위와 커다란 거석, 그리고 돌무더기는

여전히 오름 정상을 지키고 있는 수호신처럼 느껴집니다.

 

 

 

 

 

녹하지악~모라이 너머로 희미하게 범섬의 모습도 보입니다.

 

 

 서귀포 범섬, 산방산을 비롯한 오름 군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군산~다래오름(월라봉)~송악산~산방산~단산~모슬봉

으로 이어지는 오름능선의 아름다움을 두고

내려갈려니 아쉬움만이 남습니다.

 

 

 

 

[습지]

 

여름날에 습지로 내려오는 길은

 거대한 돌들이 무더기로 있는 틈 새를 지나고 암벽을 타고

정글속에 있는 듯 자연림이 울창한 숲을 지나왔지만

이번에는 편안한 내리막길을 택했습니다.

 

봄과 여름날의 영아리가 품었던 녹색의 아름다운 습지는 

빛바랜 모습으로 조금은 쓸쓸해보입니다.  

그렇지만 물에 비친 반영의 아름다움은 그대로입니다.

 

 

 

[궤]

 

물이 가까이 있고 산 속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잇점에서

이 곳 '궤'에서는 제주의 어둡고 마음 아팠던 시절에 숨어서 지냈다고 하네요.

굴 속을 들어가 보았더니 20~30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굴 속은 따뜻하네요.

 

 

봄과 여름날 울창했던 숲은 하나, 둘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네요.

떨어진 낙엽밟는 소리조차 큰 울림으로

품격있는 영아리도 가을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삼각점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내려다 본 산 아래 모습은

오름의 거친 태역과는 달리 골프장의 부드러운 잔디가

아주 대조적으로 보입니다.

 

 

 

반영의 아름다운 습지를 보고 오름을 한 바퀴 돌고 나오니

다시 한라산과 광활한 광야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세갈래 길입니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광평리 방향 활엽수림대가 골고루 분포된

식생이 다양한 숲길이 나오는 길이고 

우리는 차가 세워진 출발지점으로 내려갑니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미끄러워 모두들 조심조심 내려가네요.

 

 

 

 

오름을 내려오니 울창한 삼나무가 아름다운 길을 보여줍니다.

습지에는 보라색깔 용담이 군락을 이루어 벌을 끌어 모으려고 유혹을 합니다.

이 틈을 놓칠세라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 누리는 소리는 지칠줄을 모릅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광활한 대지와

바다를 낀 산방산으로 이어지는 오름군들의 파노라마   

습지를 품고 있는 가을날의 품격있는 영아리오름은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