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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의 일상

무화낭 아래~

by 고니62 2019. 11. 4.

무화낭 아래~(2019.11.2, 토)

 

사촌들과 떠나는 추억여행 '무화낭 아래'

 

 

가장 오래된 작물 중의 하나인 무화과나무는 

꽃이 없는 과일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꽃이 없는 것이 아니라 

화탁으로 둘러싸여 밖에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내 어릴 적 살던 바닷가 마을 고향집에는 

마당 한편 슬래브지붕 수돗가 옆으로 커다란 무화과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무화과 

하얀 유액을 무좀에 바르면 낫는다는 말에 

익지 않은 무화과를 따서 듬뿍 발라 따끔거리고 아렸던 기억 

무화과가 사각으로 벌어지기도 전에 누군가 몰래 따 먹는 일이 잦아지면서 

무화과나무 위에 숨어 무화과를 지키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고향집을 떠나 잊고 있었던 아름드리 무화과나무는 

여름 태풍에 가지가 완전히 잘려나갔다.

저마다 기억하는 추억이 다른 색깔 무화낭이지만 

사르르 녹아내리는 무화과 맛의 기억은 잊을 수 없으리라.

무화낭 아래...

어릴 적 추억하는 기억을 떠올리며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광주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차 창 밖으로 보이는 제주와 사뭇 다른 가을 풍경을 담아내며 

조선시대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조선 최고의 민간 정원 '담양 소쇄원'에 도착했다.

 

[이틀 동안 발이 되어줄..리무진]

소쇄원 가는 길에는

대나무가 숲을 이루어 신비감을 더해주고

여느 관광지처럼 인근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바구니 가득 담아 파는

지역 사람들의 진솔함과 소박한 정이 느껴진다.

 

[광풍각]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소쇄원은 

양산보가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되자 세상의 뜻을 버리고 낙향하여 

은둔하며 아름다운 계곡의 자연을 다듬어 만든 원림으로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조선 최고의 민간 정원이다.

입구부터 쭉쭉 자란 대나무를 시작으로 

정원에는 소나무, 배롱나무, 불타는 듯 곱게 물든 단풍나무, 

잘 익은 감나무가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한다.

 

[제월당]
[담장을 만든 오곡문]

 

단체사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

소쇄원을 빠져나와 죽녹원으로 향한다.

 

[죽녹원 앞에서]

울창한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는 죽림욕장 '죽녹원'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총 2,4km의 산책로는 

운수대통 길, 사색의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죽마고우 길, 추억의 샛길, 성인산 오름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되어 있다.

 

[대나무 숲]
[죽향정]

 산책로 따라 길게 이어지는 대나무(맹종죽) 숲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연초록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진다.

하늘을 향해 수직의 정원을 만들어내는 대나무의 푸르름에 잠시 쉬어간다.

 

[대나무(맹종죽)]
[성인봉 둘레길]

대한민국에서 가장 짧은 초미니 둘레길 '성인봉 둘레길' 

총길이 50m로 세 바퀴를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 

우리들도 세 바퀴를 돌았다.

 

[정상]

정상에서는 담양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나무 숲길]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담양 하면 떡갈비, 순창 고추장을 떠올리며 

울산에서 내려오는 동생과 합류하고 소중한 추억 만들기를 이어간다.

전원 속에 그림 같은 집들이 모여 있을 것 같은 메타프로방스에서 

오후 산책을~

 

드디어 설렘 속에 만나는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꼽힐 만큼 이국적인 풍광은 

길을 걷는 동안 나무 냄새, 풀 냄새, 흙냄새, 

빛이 주는 자연의 움직임까지 하루가 마냥 즐겁다.

 

지나가시던 분이 찍어준 사진 덕에 내 얼굴도 담았다.

 

 

메타세콰이아 길의 여운을 남긴 채 남원으로~

 

[광한루]

조선 시대 황희 정승이 남원에 유배되었을 때 지은 것으로 

건물이 전설 속의 달나라 궁전인 '광한 청허부'를닮았다 하여 광한루로 부르게 되었다.

이후 정철이 건물 앞에 다리를 만들고 

그 위를 가로질러 오작교라는 반월형 교각의 다리를 놓았다.

 

 

금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지는 해의 아름다운 빛에 광한루와 오작교가 멋스럽다.

 

 

남원에서의 맛깔스러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가는 버스 안은 모두들 피곤했는지 꿀잠에 빠져들었다.

온천욕과 윷놀이,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고...

강천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꿈꾸는 동안 새벽이 왔다.

 

[현수교(구름다리)]
[강천산 단풍]

사촌들과 떠나는 추억 찾기 가을여행~

공항으로 가는 길에 지는 해의 아름다운 모습에 시선이 멈췄다.

밤마다 사랑으로 내 다리를 쓰다듬었던 할머니 얼굴이 또렷이 기억난다.

가을의 여유를 온전히 느끼며 길 위에서 얻는 행복 

느리게 걷는 가을이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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